| 화려한 의상, 엇박자의 박수소리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리듬, 구성진 노래 소리, 즉흥적으로 음을 만들어내는 기타연주.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집시들의 삶, 애환, 정열을 노래하는 플라멩코가 있다. 집시들의 음악에서 이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악이 되어버린 플라멩코. 그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모로코,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그리스, 동서아시아를 떠돌던 집시들이 15세기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하면서 만들어졌다는 것뿐. 정처 없이 떠돌던 집시들의 방랑문화가 깊게 내재되어 있어서 일까? 플라멩코는 악보도 없이, 형식도 없이 그때 그때의 분위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 사실 플라멩코를 제대로 보려면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로 가야한다. 거대한 공연장에 스페인 전역에서 모여든 최고의 무희들이 화려한 의상과 함께 세계최고의 플라멩코 공연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을 진행하는 테마세이투어는 세비야에서 플라멩코를 보지 않는다. 화려함과 프로페셔널함 보다는 그라나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짜 집시들의 플라멩코를 보기 위해서다. 이번에 다녀온 스페인/포르투갈 출장에서도 우리 일행들은 어김없이 그라나다의 동굴 플라멩코 공연장에서 집시들의 슬픔과 정열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라나다에 도착한 당일, 밤늦게 우리 일행들은 사크로몬테로 올라갔다.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지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지금도 집시들이 모여 살고있는 사크로몬테라는 동네가 나온다. 그곳에는 크고 작은 플라멩코 공연장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동굴 플라멩코 공연장은 그 분위기에서부터 집시들의 삶이 물씬 풍긴다. 세비야의 플라멩코가 '관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면 사크로몬테의 동굴 플라멩코는 '호흡'한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 것이다. 바로 코앞에서 그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춤도 춤이지만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가수의 열창과 무희들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집시들의 삶과 애환을 읽을 수 있었고, 응어리진 한(恨)을 토해내는 격정적인 몸짓에 가슴속 깊은 곳까지 뜨거워진 멋진 공연이었다. 세비야의 화려함을 포기하고 그라나다의 진솔함을 택해서일까? 아직도 나는 그 날 밤을 잊을 수 없다. 이마와 가슴에 맺혀 흘러내리던 그들의 땀방울… 그것은 아마도 오랜 세월 정처 없이 떠돌아야만 했던 집시들의 몸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