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8.11.28

  • 조회수 :

    550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


 혼자 떠난 여행은 항상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래서일까?  여행지에서는 누구든지 쉽게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도 그랬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 동안 단지 여행이라는 목적으로 모인 이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의 방법이나 여행을 떠나온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나처럼 제주도 자전거여행을 하러 왔다는 한 군인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인사를 하게 됐는데, 군대에서 받은 2박 3일간의 휴가를 이용해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를 다시 찾았다고 한다. 군대에서 고생을 해보니 이상하게 어린 시절 뛰어 놀던 제주도가 그리웠단다. 
 민박집에서는 여행자들끼리 자연스럽게 술잔을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대학교 마지막 졸업시험을 끝내고 제주도에 온 여대생은 시험이 끝나 홀가분한 마음이지만 취업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기에 걱정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2차 사법고시 시험을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며 여행 중인 고시생은 또 내년을 기약해야 할 거 같다며 쓴 소주잔을 들이켰다. 경기가 좋지 않아 부동산업을 잠시 쉬고 서울에서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 온 중개업자는 다른 일을 찾아 봐야 할거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길을 걷다가 장대비를 만나 처마 밑에서 만난 노부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국 각지를 함께 여행하며 보내는 것이 소원이라며 빗줄기가 약해지자 빗속을 뚫고 걸어나갔다. 또 한라산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삭발까지 하며 천막 농성중이라는 중년남성과 동행이 되었는데,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홀로 백록담을 찾았다고 한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제주도 여행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니 참으로 많은 사연들을 만났다. 각자 나름대로의 사연을 안고 제주도를 홀로 찾은 사람들, 일면식도 없는 그런 사람들끼리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또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행은 사람을 순수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또한 솔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