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오지마을을 바라보는 이기심에 관한 고백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01.06

  • 조회수 :

    994

오지마을을 바라보는 이기심에 관한 고백

 지난 12월에 떠났던 라오스, 메콩강을 따라 이틀동안 진행된 뱃길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넉넉한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질곡의 역사를 품은 채 도도하게 흘러가는 메콩강은 앞으로도 영원의 시간동안 변함 없이 흘러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메콩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몽족과 까무족 등 소수민족의 마을들을 방문했다. 그곳은 시간을 정지시킨 채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맨발의 아이들, 같은 공간에서 돼지, 닭, 개 등과 얽혀서 살아가는 사람들, 험준한 산과 강물에 갇힌 그들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과 사고(思考)까지도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되어 있었다.
 정말 열악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마을을 돌아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불시에 찾아온 우리들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맑은 눈과 순박한 미소는 아픈 가슴을 따듯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우리 일행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소수민족 마을의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마을들을 바꾸고 개선시킬 것인가를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허름한 학교를 방문하여 학용품을 전달하면서도 이곳의 아이들에게만은 이 가난과 슬픔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귀국하면 월드비전에 좀 더 많은 기부금을 내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하지만… 정말 모순되게도 가슴 한구석에서는  전혀 상반된 바램이 일었다. 이곳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바램 말이다.
 고백하건대, 오지 여행 중에는 이와 같이 지극히 이기적인 감정이 수시로 들게된다.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 우로스섬에서 갈대로 만든 배 대신에 모터보트를 타고 다니는 원주민을 만났을 때 왜 배신감이 드는지, 티벳의 유목민 텐트에 놓여진 TV가 눈에 거슬리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세랑게티의 초원에 등장한 자전거를 탄 마사이족을 보면서 '이곳도 망가졌구나'라고 쉽게 단정짓게되고, 심지어는 인도 바라나시에 즐비했던 거지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내심 섭섭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오지마을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생활환경에 가슴 가득 슬픔과 동정심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변함 없이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 여행자의 못된 이기심일 것이다. 물론 '순박함을 그대로 지키기를 바란다'는 말로 합리화시키기는 하지만…
 오지마을엔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진 30-40년 전의 모습들이 참으로 많이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오지마을 방문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정말 잃어버리게 될까봐 오지가 오지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젠 오지여행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오지에서 더 이상 「잃어버린 것」만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뜻이다.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것, 반드시 「잃어버리게 될 것」을 서둘러 미리 보러 가는 것이 오지여행임을 이번 라오스 여행에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