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남미의 엘도라도, 포토시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01.06

  • 조회수 :

    884

남미의 엘도라도, 포토시


 어느 여행지를 선호하는가 하는 것은 여행자들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유명하다는 유적지나 멋진 경치가 있는 곳은 당연히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하지만 유명한 곳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없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곳들이 있다. 당연히 그런 곳은 쉽게 갈 수가 없는 곳이지만 계속 뇌리에 남아 미련을 갖게 만든다.
 나에게는 최근 EBS방송 여행관련 다큐멘터리 방송에 잠깐 소개된 포토시가 그런 곳이다.
 16세기 초 180명과 함께 남미 대륙에 도달한 스페인의 피사로에 의하여 남미대륙은 사상유래가 없는 엄청난 대학살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남미대륙에서 잉카문명 등 그들만의 신비한 문명을 일구고 살아가던 인디오들은 이 정복자들에 의해 언어, 문화, 종교, 건축물 등을 모두 잃게 된다.
 그 학살과 약탈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으니, 볼리비아의 은광도시 포토시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포토시에 매장된 은은 그 양이 엄청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시작된 은 채굴 작업이 단 일분도 쉬지 않고 계속되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은 은이 화폐로 사용되었는데, 이 엄청난 은광의 발견으로 유럽의 물가가 치솟아 가격혁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하니, 유럽 경제사에 한 획을 긋는 경제변동의 원인이 이 곳 포토시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격혁명도 은광의 발견도 유럽의 역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은을 캐기 위해 희생된 잉카의 후손이자 안데스의 주인인 인디오들이다.
 통계나 자료가 부족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잉카 문명을 중심으로 한 안데스산맥 주변에는 7천만명의 인디오들이 살고 있었다고 하며, 이중에서 스페인의 칼부림 앞에 살아남은 인디오는 5백 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인디오들에게 있어서 스페인 등 유럽인들은 몸서리쳐지는 원한의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포토시의 광산에서 노예와 같이 일하는 인디오들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가난한 인디오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정과 망치를 들고 폐부를 파고드는 돌가루를 마시며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EBS의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사도 종교도 종족도 다 사라져 버린 안데스산맥의 작은 마을,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해발 4,000m의 세로 데 포토시 산, 그 산등성이에서 묵묵히 은을 캐는 인디오들의 모습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힘든 노동의 아픔을 코카잎으로 망각해버리는 인디오들,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혹독한 노동의 댓가는 코카잎 몇 장이 전부였다. 스페인 약탈자들은 수천 만 명의 인디오들을 학살하고, 그 후손들의 기억을 지우는데 필요한 것은 환각성분이 강한 코카잎 몇장이었던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당장이라도 포토시로 달려가 고단한 그들의 뺨을 어루만져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여행코스에 삽입할 수 없는 곳이지만 내 마음속의 포토시는 언젠가는 꼭 가봐야할 여행지로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