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모로코와 튀니지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02.04

  • 조회수 :

    1253

모로코와 튀니지


 모로코의 마라케쉬, 밤새 빗방울이 추적거리더니 다음날 아틀라스 산맥을 넘을 때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리곤 고개를 내려오니 기이한 분위기의 황량한 사막이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졌다. 이 변화무쌍한 지형에 온 마음을 빼앗기던 중 갑자기 거대한 성채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카스바의 여왕」이라는 아이트 벤 하도우다. 아이트 벤 하도우는 프랑스의 몽 생 미셸처럼 그렇게 몽환적인 분위기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11세기에 사하라 사막을 오가는 대상(隊商)들의 중간 기착지로 건설되기 시작한 이 거대한 진흙성채는 1,000년의 세월 동안 카스바의 여왕으로 이 자리에 군림하고 있었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카스바가 그 긴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베르베르인들이 끊임없이 진흙을 덧바르고 고쳐가면서 이 성채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아이트 벤 하도우 안으로 들어갔을 때 카스바는 텅 비어 있었다. 1997년 UNESCO에서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 '카스바를 보존하기 위해' 거주자들을 카스바 밖의 신도시로 이주하도록 유도한 결과다. 20년이 지난 지금, 불과 30여명의 베르베르인만이 카스바 안에 거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카스바 내부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비어 있는 집들은 무너져 가고 있었다. 진흙으로 만든 집들이 빗물에 씻기고 망가져도 이를 수리할 필요도, 수리할 사람도 없었다. 물론 언젠가는 UNESCO에서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대대적인 보수공사 후에 재탄생할 아이트 벤 하도우는 21세기 건축물일 뿐일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었다. 아이트 벤 하도우는 베르베르인들의 삶의 흔적이 1,000년의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지 중장비를 동원하여 하루아침에 뚝딱 지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튀니지의 타타윈과 마트마타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은 곳이자 독특한 건축물로 인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타타윈의 크사르 올레드 술탄을 방문했을 때 우리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지역인지라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놓고 
관리하고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저 동네 어른들이 한담을 나누는 장소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평범하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사르 올레드 술탄은 곡물 저장창고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지만 마을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음으로 인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극심한 더위를 피해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기괴한 마을 마트마타는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지하집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어느 지하집을 방문하건 우리들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만일 마트마타의 지하집들이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휑한 공간이었다면 그 맛은 반감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무리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거형태라고는 하지만 지하동굴집이 현대적인 가옥보다 결코 편하지는 않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데에는 튀니지 관광당국의 홍보와 노력이 한몫 했다고 한다.
 확실히 유적은 살아있어야 여행지로서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켜켜이 쌓여온 세월의 흔적에 끈끈한 삶의 숨결이 녹아든 곳, 바로 그곳에서 여행자의 감동은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