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상품 개발. 여행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한민국 여행사들이 등한시하고 있는 업무이기도 하다. 많은 여행사들은 현지 협력업체인 랜드사에서 주는 일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추고 그에 맞는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여행사는 드물다. 한 랜드사에서 제공한 일정을 받아 상품을 만들고, 거기에 서로 베끼기가 성행하고 있으니 여행사마다 똑같은 일정으로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나는 테마세이투어에 들어와 여행상품 개발 업무에 나름대로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타 여행사와는 다른 획일적이지 않은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대중화된 여행지에서도 차이점을 만들기 위해, 또한 다른 여행사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은 오지 등 특별한 여행상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무척이나 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여행 상품을 만들 때, 제일 먼저 따져보는 것은 모든 여행사들이 방문하는 지역이 어디인가다. 모두가 가는 곳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가는 방문지라고 할지라도 수많은 검토 끝에 갈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삭제해 버린다. 이럴 때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 남들은 다 가는 곳을 테마세이투어는 안 가느냐"이다. 하지만 안 가는 데는 우리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 새로운 여행상품을 만들면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모두가 가지 않는 새로운 여행지를 발굴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거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 또는 오래된 건축물 등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일정에 삽입된다. 반면에 시각적으로 볼품이 없더라도 역사적 가치나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방문지로 선정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비록 아름답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곳,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큰 유적지도 없는 곳이지만 역사적 가치나 의미 때문에 방문한 지역에서 여행자가 느끼는 감흥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막상 이런 곳에 방문한 후 '여긴 볼 것도 없는데 뭐 하러 왔느냐'는 반응이 나오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영국 스코틀랜드의 컬로덴과 같은 곳이 그렇다. 막상 입장료까지 지불하고 방문해 보면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인 이곳은 그야말로 역사적 지식이 전혀 없이 방문할 경우 황당하기만 한 곳이다. 하지만 바로 이 벌판에서 있었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스튜어트가의 마지막 전투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행지에서는 머리로 느껴야 할 부분과 가슴으로 느껴야 할 부분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수학문제를 가슴으로 풀 수 없고 문학을 머리로만 이해할 수 없듯이 여행지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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