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우리는 같은 한국인이잖아요!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03.05

  • 조회수 :

    1094

우리는 같은 한국인이잖아요!

  배낭여행을 하던 시절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은 정말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폴로 가던 밤기차에서 우연히 만났던 독일인커플이 꼭 가보라고 추천하기에 무작정 앙코르와트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씨엠립공항을 빠져나오자 막막하기만 했다. 아무런 준비도 정보도, 그 흔한 가이드북도 하나 없이 무작정 입국했기에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하는 수없이 일본인 배낭여행자들을 뒤쫓아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고는 자전거를 타고 앙코르와트로 향했다. 
 그런 나는 앙코르와트의 부조 앞에서 운 좋게도 한국 패키지 그룹을 만났다. 귀동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에 정말 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0명 남짓 되는 그룹은 가이드의 설명에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그 속에 끼게된 나는 도강하는 학생처럼 혹시나 가이드에게 한소리 듣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안 듣는 척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가끔은 너무 재미있는 얘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사진 찍는척하면서 그 가이드 옆에 바짝 붙어 설명을 듣기도 했다.
 앙코르와트 다음에는 바이욘 사원으로 이동한다는 가이드의 말에 나도 서둘러 자전거에 올라탔다. 바이욘 사원에서도 설명을 듣고 싶어서였다.
 우연히 그곳에서 다시 만난 것처럼 태연하게 나는 또 그들 그룹 속에 끼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설명을 끝낸 가이드는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나에게 한마디한다. "이봐 학생 왜 자꾸 따라다니나? 이 그룹도 아니면서 그렇게 다녀도 돼? 설명 듣고 싶으면 돈을 내던가..." 갑자기 나를 향한 화살에 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때 이 말을 들은 한 분이 "이봐 가이드양반 같은 한국사람인데 설명 좀 같이 듣는 게 뭐 그리 나쁜가?" 라며 나를 감싸주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나를 옹호하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난 더 이상 그들을 따라 다닐 수 없었다.
 테마세이투어의 인솔자로 출장을 가는 나는 가끔 여행지에서 배낭여행객을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앙코르와트에서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한번은 나도 그때 그 가이드처럼 배낭여행객들에게 한마디 한 적이 있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성당에서 술에 취한 듯한 한국인이 반갑다며 우리 일행을 따라 다녔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점차 주객이 전도되어 가이드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이드도 나도 처음에는 한 두 번 질문하다 말겠지 하고 그냥 있었는데, 질문이 그칠 줄 몰랐다. 난 조용히 그를 불렀다. '우리는 단체여행 중이고 나는 이 그룹의 인솔자다. 가이드 설명을 듣는 건 좋지만 우리 투어를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그도 한마디했다. "같은 한국사람인데 뭘 그러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