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그분이 오셨다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작성일 :
2009.03.05
조회수 :
2117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린 북위 62도의 극지방 옐로나이프, 낮이면 빈둥거리며 낮잠도 자고 눈 덮인 마을을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도 하다가 밤만 되면 여지 없이 오로라빌리지의 티피로 모여들었다. 오직 하나, 그분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면서… 하지만 이틀 밤 연속 그분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의 염원을 담아 기도도 해보고 맥주를 뿌리며 '고수레'를 외쳐보기도 했지만 야속하게도 캄캄한 밤하늘엔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고 밤하늘만큼 가맣게 내 가슴도 타들어만 갔다. 그렇다고 오로라 없는 밤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들은 극지방 원주민인 이누크족들의 주거지인 티피 안에서 그분을 기다렸는데, 그 티피 안에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있었고 커피와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로라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들만의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각자 다녀온 여행지, 어린 시절 올려다 본 밤하늘 이야기 등 진솔한 대화가 오가다 보니 기다림의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이제 마지막 날, 단 한번의 기회만 남아있었다. 호텔을 나서는 순간 기온은 더욱 급강하하여 속눈썹에 하얀 얼음이 앉을 정도였지만 하늘은 더 없이 쾌청했다. 오늘은 그분이 오실 확률이 훨씬 높아 보였지만, 그래도 혹시 오늘도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안 보고 믿는 자가 더 복이 있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여 밑자리를 깔기도 했다. 오후 내내 설경이 눈부신 숲길을 개썰매를 타고 달려보기도 하고 설피를 신고 걸어보기도 하는 등 극지방의 정취에 빠져들었다. 우리 일행 모두 이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애써 되뇌었지만 오늘밤 그분의 출현을 기다리는 기대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 밤이 되었다. 침묵 속에 오로라빌리지로 달려갔다. 오늘밤은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우리들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오로라빌리지에 도착하는 순간 그분이 먼저 나타나 기다리고 있었다. 얼어붙은 호수 너머의 밤하늘에 희미한 형태로 기다리던 그분은 점차 빛을 발하더니 환상적인 우주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길게 띠를 그리며 하늘을 가르기도 하고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기도 하다가 마치 하늘에 커튼을 펼쳐놓은 듯 두 팔을 펼쳐 너울거리기도 했다. 애간장을 녹이며 오랜 시간 기다렸던 탓에 그분의 출현은 더욱 극적이었다. 아주 오랜 옛날, 「새소년」이란 잡지에서 처음 접했던 오로라, 바로 그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우리 일행들이「그분」이라고 불렀던 오로라, 바로 그분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황홀하다는 표현 외에 더 이상 무슨 말을 보태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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