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현지인들의 관습과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도 많지만 너무 격식을 지키려다보니 지나치게 경직되어 우스운 모양새가 되는 경우도 있다.우리들이 알고 있는 여행격식은 다분히 원칙적이고 교과서적인 것들이다. 이는 마치 ‘water please!'라고 하면 자연스러울 것을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 ’could you bring me a cup of water?'라고 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와인을 주문했을 경우를 보자. 우리는 분명 와인을 가져오면 먼저 시음을 하는 것이 격식이라고 들어왔으며, 소위 ‘와인테스팅법’을 줄줄이 외우고 있기도 한다. 「잔을 빙빙 돌린 후 먼저 냄새를 맡고 입에 한 모금 머금은 후…」등등의 이야기다. 하지만 막상 와인을 주문한 현지인들을 보면 이런 절차를 밟아 시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따라준 와인을 단숨에 들이마시고 OK하거나 아예 시음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격식에 맞는 와인 시음법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수십만원짜리 고가의 와인을 주문했을 때나 하는 것이다. 대중적인 저가 와인을 주문하고 격식을 갖춰 한참동안 시음을 하면 자칫 꼴불견이 될 수도 있다.
격식은 갖춰야할 자리에서 갖춰야 격식이 된다. 여러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편한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단, 나만 편한 것이 아니라 서로 편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