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샹그릴라에 샹그릴라는 없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09.04

  • 조회수 :

    597

샹그릴라에 샹그릴라는 없다

 얼마 전 나는 중국 운남성 여행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 해매이던 이상향, 샹그릴라를 방문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전쟁이 없고 모든 것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상향으로 묘사된 샹그릴라하지만 그곳에 소설 속의 샹그릴라는 없었다.
 
샹그릴라를 이상향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중국 고지대의 어느 목초지쯤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존재하지도 않는 샹그릴라를 관광객유치를 위해 현실 세계의 어느 곳으로 지정해버린 중국 정부의 얄팍한 상술에 굳이 장단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상향은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다. 샹그릴라가 현실세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리고 인간이 그곳을 발견했다면 그곳은 더 이상 이상향이 아닐 것이다. 이상향은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샹그릴라를 방문한 사람들 모두 한 번쯤은 품게 될 의문. “도대체 샹그릴라는 어딘가
장대하고 경이롭고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 무엇인가가 존재할 거라는, 그리고 나를 감동시켜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그곳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샹그릴라는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이 아닌 마음으로 샹그릴라를 찾는 다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아름답고 목가적인 풍경도, 그들이 믿는 종교도 모두가 샹그릴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샹그릴라는 자기 마음속에서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샹그릴라에서 여강으로 내려가는 길. 머리의 묵직함, 가슴의 답답함, 약간의 어지러움이 사라지며 정신이 또렷해지는 순간 샹그릴라는 한바탕 꿈속에서 만났던 세계가 되어버렸다.
 
9일간의 여정 중에 가장 기억이 희미한 곳, 뚜렷하게 각인할 만한 그 무엇이 없는 곳, 하지만 마치 꿈결처럼 아련하게 기억되는 곳이 곧 샹그릴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