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봄 VS 가을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10.07

  • 조회수 :

    800

봄 VS 가을
 

 똑같은 곳을 여러 번 방문하면 지겹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절대 그렇지 않다. 같은 곳을 재차 방문하더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계절에 따라 감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여행 성수기는 여름과 겨울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방학을 해야만 어른들도 여행을 떠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아무래도 봄과 가을이다. 그렇다면 봄과 가을 중 언제가 더 좋을까?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유적지는 봄과 참 잘 어울린다. 하늘로 솟아 있는 열주와 그 밑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돌덩어리들, 그 틈새에서 피어난 야생화는 유적과 대조적이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빨간 양귀비꽃이 피어나는 4월이면 유적들은 화사한 색채로 덧칠되어 생동감 있게 되살아난다.
 
그러나 바로 이곳에 가을이 찾아오면 분위기는 아주 달라진다. 우선 관광객이 많지 않아 고즈넉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유적 사이를 산책하는 기분이 색다르다. 게다가 갈색의 메마른 풀밭위로 스산한 바람이 스치기라도 하면 장구한 세월을 견뎌낸 돌무더기들의 쓸쓸함이 여행자에게 전이되어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 위에 노란 민들레가 흐드러지는 봄날의 유럽이 있다면 황금물결을 이룬 누런 밀밭 사이로 난 가르마 같은 길이 시심을 자극하는 가을날의 유럽도 있다. 따사로운 봄볕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뿐만 아니라 낙엽이 뒹구는 길모퉁이에서의 커피도 향기롭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이곳은 이 계절에 가야만 한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곳은 없다. 어느 계절이 좋은가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너무나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 중 언제가 더 좋은가?'라는 우문에는 '봄은 이래서 좋고 가을은 그래서 좋다.'가 현답이다. 진정한 여행자는 어떤 계절이건 아름답게 흡수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