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산토리니 이아의 저녁식사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10.07

  • 조회수 :

    728

산토리니 이아의 저녁식사
 
 
 미코노스에서 산토리니로 떠나는 쾌속정의 출발이 2시간 반이나 지연되었다. 높은 파도때문이었다. 멀미가 날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는 배안에서 정작 내 속을 뒤집어 놓은 것은 저녁에 준비한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었다.
 
오늘 저녁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고 정평이 나있는 산토리니의 이아에서 보낼 예정이었다. 그것도 이아 제일의 최고급 식당에 가장 멋진 테라스석을 예약해 놓고 우리 일행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심산이었다. Castro 레스토랑은 예약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인 곳이다. 그것도 일몰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석을 단체 여행객에게 내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로 그 자리를 여행 출발 한달 전부터 수없이 요청을 해 겨우 예약을 한 상태였다.
 
이아에 도착한 것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시간이었다. 마치 동화속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이아마을의 밤거리를 통과해서 식당에 도착하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식사를 마치고 모두 빠져나간 텅빈 식당, 눈앞에 펼쳐져야할 아름다운 에게해는 캄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게다가 기온은 뚝 떨어지고 바람은 왜 그리 세차게 부는지....
 
낭만과 궁상은 정말 백지 한 장 차이였다. 추위와 바람을 견뎌내며 겨우 식사를 하는 동안 유일한 위안거리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우리 일행들의 웃음소리였다.이대로는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음날 다시 한번 이 식당의 같은 자리에서 일몰을 감상해야만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식당예약을 위해 나와 가이드, 아테네에서 번갈아 전화를 하며 작전을 벌였다. 갖은 호소와 협박(?)에도 꿈적 않던 식당 매니저는 오직 이 식당에서 낙조를 보기 위해 17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노라는 호소에, 아시아권에도 당신 식당을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탕발림에 결국엔 자리를 내줬다.
 다시 찾아간 이아의 오후는 ‘환상적’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자유롭게 흩어져 이아의 매력을 즐기던 일행들이 식당에 다시 모일 무렵, 이아에 와있던 모든 관광객들이 오직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우리 식당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끼리 치열한 자리 쟁탈전도 벌여졌다. 그리고 그 중앙의 멋진 테라스석에 우리들의 해물 만찬이 차려졌다.
 
변에 서서 낙조를 기다리던 여행객들은 수시로 우리들을 향해 카메라를 슬쩍 들이대곤 했다. 아마도 낯선 동양사람들이, 그것도 단체로 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신기했었나보다.
 
게해의 바다로 해가 지면서 모든 사람들의 숨소리도 잦아들었다. 유명인사들이 사랑을 고백하기 위한 이벤트 장소로 찾아온다는 Castro 레스토랑의 테라스, 부딪치는 와인잔 너머로 우리 일행들의 사랑 가득한 눈빛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