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미인은 모든 것이 용서된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11.03

  • 조회수 :

    744

미인은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이쯤에서 나타날 때가 됐는데…’ 1년 만에 다시 찾은 차마고도 노상에서 작년의 기억을 더듬으며 누런 진샤강이 굽이쳐 휘돌아가는 멋진 경관이 있는 장소를 찾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 황당하고 허무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중국정부는 그곳에 생뚱맞은 건물을 세우고는 입장료를 징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는 그 경관을 볼 수 없도록 도로변에 담장을 치고 막아버린 것이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똑같은 경우를 비래사에서도 경험했다. 장엄한 매리설산의 설봉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에 중국정부는 흉물스런 시설물을 지어놓고 있었다. 역시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산을 볼 수 없도록 담장을 쳐놓았다. 해발 6,740m의 거대한 설산을 얄팍한 담장으로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발상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리들은 호텔 옥상에 올라가 전망을 감상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새로 지은 시설물이 영 눈에 거슬렸다.
 
정작 더 큰 황당함은 빠수에서 찾아왔다. 거친 비포장길을 달려 먼지를 뒤집어쓰고 빠수에 도착했건만 일방적으로 예약한 방이 취소되었다. 갑작스레 인민군 고위인사들이 시찰을 내려와 방을 내줬다는 것이다. 예약확인서를 내밀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인근에 있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호텔로 쫓겨나야만 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 빠수현의 부현장이라는 작자가 우리들에게 다가와 ‘중화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라면서 주정을 부렸다. 그리곤 우리들의 티벳인 짚차 기사들을 식당에서 내쫓았다. 건방지게 운전사들이 고급식당에 앉아 있다는 이유였다.
 
다음날 버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도 호텔 예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것이다. 이에는 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뒷돈을 건네고 다른 중국인 투숙객들을 몰아내고 방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우리들의 차마고도 여행은 최고의 행복을 안겨주었다. 미인은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했던가? 차마고도에서 만난 가슴 벅찬 아름다움은 모든 악조건을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돈맛을 알아버린 그들이 치졸하게 담장으로 이곳저곳을 막아 놓았어도, 호텔에서 쫓겨났어도, 눈꼴사나운 모습을 보았어도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하늘길을 달리는데 있어서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우리들의 눈은 이미 저들의 세속적인 얄팍함을 외면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오체투지를 하며 구도(求道)의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과 눈을 맞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차마고도 노상에서 몽고초원을 만났고,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만났으며, 스위스의 목가적인 전원도 만났다. 그리고 또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삶의 길을 만났으며, 낙원으로 통하는 천상의 길도 만났다. 차마고도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어떤 말이나 글로도, 사진으로도 표현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마고도는 아직까지 오지중의 오지다. 그만큼 불편함도 따르고 당황스러운 일도 많이 발생한다. 그래도 너무나 아름다운걸 어찌하랴? 감수하고 용서할 수밖에.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 차마고도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대대적인 관광지로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 같다. 미인의 얼굴에 덕지덕지 화장을 시켜 손님을 끌어보자는 심산인가 보다. 그러나 차마고도의 얼굴에 천박함이 더해진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그곳은 내 추천 여행지의 1순위가 될 것 같다. 실같이 이어지는 길이 끊어지지 않는 한, 티벳의 가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있는 한 그 아름다운 본질은 변치 않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