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여행은 선(線)이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12.04

  • 조회수 :

    916

여행은 선(線)이다
 

 분당에 사는 여행매니아 부부의 집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거실의 벽면 전체에 붙어있는 커다란 세계지도였다. 그 지도에는 이 부부가 그동안 여행했던 지역들이 스티커로 촘촘히 표시되어 있었다. 대학시절의 내 방에도 커다란 대한민국 전도가 붙어 있었다. 지도상에 표기된 산은 모두 밟아보겠다는 목표로 정상에 오른 산들은 매직펜으로 하나씩 점을 찍어 나갔다. 그리고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린 이후에도 내 지도 속에는 그렇게 점들이 찍혀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은 점(點)으로 표현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행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이다. 우리들의 지난 삶이 뚝뚝 끊어진 점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듯이 여행의 과정도 선으로 연결되어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여행 중 장거리 버스 이동을 할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버스를 타고 있는 시간이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버스 안에 있는 시간 자체도 엄연히 여행의 중요한 한부분이다. 점에서 점으로 공간이동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선상(線上)에 있다는 것이다. 이 시간이야말로 단체여행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차분히 사색하는 마음으로  창밖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나면 비로소 농토사이로 난 아름다운 샛길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간혹 버스 안에서 지루함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비디오를 틀어준다거나 노래를 부르며 유흥시간을 갖도록 유도하는 가이드가 있다. 이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여행을 훼방 놓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제 지도에 점을 찍는 대신 긴 여정을 따라 선을 그어보자. 미처 자신도 몰랐던 내 여행의 목적지가 보일 것이다. 지금 내 여행의 목적지는 유럽 기독교 문명을 지나고 이슬람권을 지나 자꾸만 사막으로 향하고 있다. 지도상의 선이 그리로 날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