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이탈리아 친퀘테레에서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12.04

  • 조회수 :

    1493

이탈리아 친퀘테레에서
 

 지난달 11일간의 일정으로 이탈리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여러 도시들을 돌아보았다. 주옥같은 이탈리아의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 지방의 작은 어촌 마을 친퀘테레를 꼽고 싶다. 그곳에는 우리 일행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묘한 매력이 숨어있었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소렌토, 포시타노, 아말피 구간과 비슷한 분위기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얹혀있는 작은 마을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말피가 휴양지로서 좀 더 화려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면 친퀘테레는 서민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든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5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친퀘테레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곳은 베르나차였다. 베르나차의 건물 하나하나에는 특색이 없지만 노란색, 빨간색, 주황색 등 파스텔 톤의 건물색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마을 전체에 통일성과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벗겨진 페인트와 벽을 타고 자라나는 덩굴들. 비가와도 걷지 않아 창문 밖으로 널브러진 빨래의 모습을 보며 관광지가 아닌 작은 어촌의 일상에 우리가 잠시 끼어든 느낌이 들었다. 바쁠 것이 전혀 없는 이곳에서 바닷가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었고 골목을 산책하며 잠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보기도 했다.
 점심 식사 후 연인의 길을 따라 리오마조레에서 마나롤라를 향해 걸었다. 아침부터 간간히 비를 뿌리며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쓸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던 친퀘테레, 하지만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먹구름이 걷히고 지중해 위로 강렬한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나롤라에 도착한 후 붉은 태양이 서서히 지중해 아래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이를 놓칠세라 우리 일행은 모두 바닷가에 자리한 카페에 앉아 일몰을 감상했다. 그것은 친퀘테레와 닮
아 있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파도를 타고 우리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우리는 바쁜 일상을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하러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비싼 돈 내고 왔으니 본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상보다 더욱 바쁘게 몰아치는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겠으나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정신없이 이끌려 다니는 것과 적게 보아도 천천히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본전 뽑는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기차가 아니고서는 마을과 마을을 이동할 수 없는 불편한 곳. 여름에 한철 장사를 하고 겨울에는 대부분의 식당과 가게가 문을 닫아 버리는 곳.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고 느림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곳. 친퀘테레.
 느리게 살아가기, 느리게 여행하기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전해주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