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여행의 기억 - 소리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9.12.04

  • 조회수 :

    428

여행의 기억 - 소리
 

 얼마 전 컴퓨터를 바꾸면서 사진폴더를 정리하게 되었다. 대부분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들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들이 사진 속에서는 마치 어제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가 보다.
 여행의 기억 중 가장 강렬한 것은 아무래도 시각적인 것들이다. 눈으로 직접 보았던 것들이 가장 깊은 기억을 남기게 되고 이를 카메라에 담아내면 그 기억은 반영구적으로 저장된다. 그래서 흔히들 여행 중에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여행지 이외에도 귀로 들었던 여행지도 있다. 여행지 특유의 소리, 그것은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은근하게 가슴에 스며들어온다.
 작년 터키여행 때의 일이다. 오랜 비행의 피곤함을 안고 호텔에 들어선 첫날, 늦게까지 정리를 한 후 겨우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다. 처음엔 좀 짜증스러웠으나 매일 아침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가 점점 익숙해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아잔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왠지 허전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이스탄불의 상징인 블루모스크보다도 카파도키아의 기괴한 풍광보다도 고요한 하늘을 두드리던 아잔소리가 더 그립다.
 "짜이짜이 짜이 " 한손에는 일회용 토기 찻잔을, 다른 한손에는 방금 끓인 따뜻한 짜이 주전자를 들고 분주히 기차간을 오가는 짜이왈라의 목소리. 이는 내가 기억하는 인도의 소리다. 인도에 익숙해지는 수순은 시꺼먼 주전자에 때국물이 절은 손으로 건네는 짜이가 맛있어질 때부터인 것 같다.
 올 겨울 다시 여행을 떠난다면 잠시 카메라는 내려놓고 나의 오감으로 느끼고 돌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