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설국(雪國)에 퍼진 우주의 교향곡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10.01.29

  • 조회수 :

    841

설국(雪國)에 퍼진 우주의 교향곡
 

 설국의 꿈을 찾아 나선 오로라 여행 첫날, 밴쿠버의 하버센터에서 랍스터 디너와 함께 야경을감상하고는 겨울이면 눈꽃열차로 변하는 비아레일에 올라탔다. 1인실이 무려 65만원이며, 2인실은 96만원에 달하는 비아레일, 이 정도 가격이면 초호화판 객실을 기대하겠지만 막상 올라타고 보니 2인실의 너비가 고작 2m 정도로 비좁은데다 무척이나 낡아 있었다. 시설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을 하며 흔들리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아침식사 후 천장이 유리로 되어 확 트인 전망을 선사하는 돔카로 올라갔다. 향긋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한적한 산골의 고즈넉한 경치를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비아레일은 로키산맥의 눈꽃터널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눈으로 뒤덮여 순백색의 세상으로 변해버린 로키의 봉우리와 이따금 나타나는 얼어붙은 호수위에 뿌옇게 일어나는 눈보라, 열차소리에 놀라 눈꽃을 흩뿌리며 푸드득 날아오르는 새들, 동화와도 같은 서정적인 풍광에 우리들의 마음도 어느덧 동심으로 회귀하여 순백색으로 변해가는 듯 했다. 그리곤 쭉쭉 솟은 침엽수이파리마다 한 움큼씩 눈이 쌓여 있는 눈꽃터널을 지날 때마다 우리 일행들의 입에서는 환호성과 탄식이 낮게 교차됐다.
 본전 생각은 이미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비아레일은 더 이상 호화롭게 객실을 꾸밀 필요가 없었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구간은 없을 터이니 우리들은 이미 비아레일에 앉아 가장 큰 호사를 누리고 있음이었다.
 재스퍼도 온통 눈밭이었다. 하루 종일 하얗고 하얀 세상을 헤매다보니 태초에 세상은 하얀색으로 창조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메디신 호수와 말린 호수 등을 돌아본 후 오후엔 겨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Ice Walking…" 꽁꽁 얼어버린 말린캐넌의 장엄한 협곡 속을 걷는 프로그램이었다.  특수 아이젠을 신고 협곡을 걸으며 거대한 빙폭을 만나고 얼음벽을 만나는 2시간 동안, 인적 드문 협곡의 침묵을 깨는 것은 간간이 들리는 우리 일행들의 웃음소리였다.
 에드몬튼을 거쳐 옐로나이프로 날아갔다. 1시간 30분의 비행시간 동안 창밖에 보이는 것은 오직 꽁꽁 얼어붙은 툰드라 대지를 뒤덮은 눈뿐이었지만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감동적인 아름다움 이었다.
 북위 62도의 동토(凍土)를 찾아온 목적은 단 하나, ‘오로라’였다. 오직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해 밤이면 밤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킬 셈이었다.   둘째 날, 일찍이 오로라빌리지로 향했다. 눈꽃이 황홀한 예술세계를 펼쳐낸 숲길을 따라 설상화를 신고 트래킹을 하며 반나절을 보냈다. 그리곤 개썰매를 타고 눈밭을 헤치며 달려보기도 했다. 흔히 에스키모로 알려진 이누크족들의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흥겹고 재미있는 하루였다.
 그리고 그날 밤, 그토록 갈망하던 오로라는 초저녁부터 일찌감치 우리를 찾아왔다. 밤하늘에 나타난 초록빛 오로라는 일순간에 우리 21명 일행 모두를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뜨렸다. 동쪽하늘에서, 그리곤 반대편 서쪽에서, 그러다가 바로 머리 위에서 둥근 원형을 그리며 시시각각 변하는 오로라를 바라보니 신기하게도 하늘에서 환상적인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설국(雪國)의 밤하늘에 울려 퍼진 이 장엄한 교향악은 머나먼 동방에서 찾아온 우리들 모두의 가슴에 때론 격정적이고 때론 잔잔한 기억으로 각인되었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동화 같은 설국의 숲속에 난 길이 보이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 사이로 울려 퍼진 우주의 교향악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