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곳과 보여주고 싶은 곳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작성일 :
2010.01.29
조회수 :
1341
지난 12월, 4년 만에 이집트의 백사막을 다시 찾아 지프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백사막은 참으로 많이 변해있었다. 이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사막을 가로질러 포장도로가 길게 생겼고, 원래 오프로드로 달리게 되어있던 사막길도 하얀 돌로 길을 표시해 놓고는 정해진 곳으로만 다니도록 규제하고 있었다. 이집트 관광청에서 만들어 놓은 이 탐방루트는 백사막의 명소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으며, 지프차 투어도 더 안락했다. 사막 또한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아곈, 이집트 관광청에서 관광객 편의를 위해 잘 정비된 루트를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잘 정비된 탐방로가 아니었다. 거친 사막길을 거침없이 내달리며 모래언덕을 넘고 흙먼지를 날리며 오프로드를 질주하는, 그런 사막을 원했었다. 사막에 난 바퀴자국은 한바탕 바람이 스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지만 아스팔트길은 사막을 갈라놓은 칼자국처럼 흉물로 남아 계속 눈에 거슬릴 것만 같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행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과 관광청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괴리현상은 관광후진국일수록 더 심하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각 국의 관광객 유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관광대국을 기치로 뭔가 보여줄 것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디자인 서울’을 구상하는 요즘,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 여행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행여라도 최첨단 시설이나 근사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고 ‘자랑’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청계천이나 새로 조성된 광화문 광장은 눈요기꺼리는 될지언정 여행지는 될 수 없다. 여행자는 산업시찰단이나 연수목적의 방문객과는 다르다. 여행자의 눈은 가장 한국적인 곳,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곳을 원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시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곳은 한려수도가 아니라 동피랑 마을이며, 인사동보다는 서울 성곽길이나 부암동 뒷길이 더 감칠맛 나는 여행지다. 번듯한 호텔뷔페보다 피맛골의 냄비에 담겨 나오는 찌개나 포장마차의 곰장어가 더 경쟁력 있는 먹거리라는 것 또한 여행매니아라면 다 알만한 사실이다. 굳이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자칫 보여주는 데에만 신경 쓰다보면 정작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집트의 백사막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