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미얀마 인뗑, 그 서글픔에 대하여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10.03.11

  • 조회수 :

    641

미얀마 인뗑, 그 서글픔에 대하여
 

  지난 2월초 미얀마를 다시 찾았다. 여전히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리운 얼굴들이 있는 미얀마. 오랜만에 고향에 온 듯 미얀마는 날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미얀마 첫 여행 때 바간에서 넋을 잃었고, 두 번째 여행에서는 인레호수의 인뗑 유적지군의 고즈넉함에 반했었다. 이번 여행에서 역시 미얀마는 날 배신하지 않았다.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여행이라서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바간에서는 사원 하나하나를 돌아보기보다는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내일도 뜨고 질 해지만, 바간에서의 2박동안 두 번의 일몰과 한 번의 일출은 우리에게 매번 특별하기만 했다. 멀리 지평선에 이르기까지 대평원에 펼쳐진 탑군들 사이로 펼쳐지는 바간의 정경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바간의 여운을 가슴에 담고, 만달레이를 거쳐 인레호수에 도착했다. 인뗑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첫날 곧장 보트를 타고 인뗑으로 향했다. 선착장에 내려 하교하는 아이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 인뗑 입구에 도착했다. 희랍식 열주가 길게 늘어선 회랑을 잠시 걷다 보물을 찾아 나서듯 오른쪽 길로 살짝 빠져나갔다. 미얀마 항공사인 바간에어 책자에 실렸던 탑과 그 탑에 새겨진 조각상이 오후 햇살을 받아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약간은 흥분된 상태에서 회랑을 따라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니 반쯤 허물어져 가는 파고다들이 아우성치듯 한곳에 밀집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너져가는 탑들 사이사이로 희고 노란색의 정체모를 무언가가 언뜻언뜻 보였다. 가까이 가서 살펴본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져버렸다. 
 기부자들에 의해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보수 공사를 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주 흉물스럽게까지 변해있었다. 다 쓰러져가는 고색창연한 탑들은 온데간데없고 시멘트로 탑을 덧바르고 그 위에 황금빛과 흰색의 페인트로 칠해버리기까지 한 것이다.
 폐허 같은 인뗑의 고즈넉함에 반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 인뗑을 찾았을 때의 벅찬 감동은 더 이상 느낄 수가 없었다. 예전의 인뗑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꼭 전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는 것처럼 용하게도 그 긴 세월을 버티며 그 자리를 지켜온 탑들인데… 페인트로 탑들의 입을 막고 눈을 막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어서 내 가슴까지 답답해졌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방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인뗑 유적지는 2002년 테마세이가 처음 찾아간 이후로도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유적지 중의 한 곳이었다. 숨겨놓은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던 인뗑의 그 쓸쓸하면서도 고즈넉한 맛은 이제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호텔로 돌아오는 동안 내 귓전에는 어울리지 않은 새옷을 입은 파고다들이 숨을 쉬게 해달라고 서글피 소리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