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사막의 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1

  • 조회수 :

    201

 지난 12월18일은 이집트 여행 중이던 우리 일행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어린 왕자의 꿈이 서려 있는 리비아 사막으로 사파리 투어를 결행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카이로를 떠나 사막사파리 전초기지인 바흐리야 오아시스마을로 향했다. 4시간 만에 오아시스에 도착하자마자 허름한 호텔의 앞마당에 진을 치고 있는 5대의 사파리 지프차와 마당 가득 널려 있는 텐트와 매트리스, 부산하게 움직이는 베두인 고용인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때만 해도 심상치 않게 모래바람이 불고 있었고, 체감 온도도 뚝 떨어져 있던 터라 출발을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의 분위기는 ‘심난함’그 자체였다.

 가볍게 홍차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사막에서의 야영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떠난 베두인 선발대 6명을 포함한 베두인 13명과 우리 일행 25명이 지프차에 분승하여 광활한 사막으로 출발했다.

 심난했던 분위기는 포장도로가 끝나고 오프로드로 접어드는 순간부터 완전히 반전됐다. 뽀얀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모래사막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지프차에 앉아 환호성을 지르며 사막의 풍광에 흠뻑 젖어드는 동안 사방이 온통 검게 보이는 흑사막과 모래바람이 만들어 낸 완만한 곡선미의 사구(砂丘)가 차례로 나타났다. 사방 천지에 온통 지평선이 보이는 장쾌함에,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우리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처럼 모래언덕을 뛰어다니고 엉덩이 썰매를 타기도 하는 등 모두가 어린왕자가 되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막을 가로지르는 지프차의 질주가 다시 시작되었다. 한동안황량하고 삭막한 풍광이 계속되는 듯 하다가 이윽고 사막에 눈이 내린 것처럼 새하얀 바위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백사막 지역에 도착한 것이다.

 사막에 이런 풍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멋진 장관이 드넓은 모래사막 위에 펼쳐져 있었다. 얼핏보기에 남극의 빙산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늘의 뭉게구름이 떨어져 내려와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백사막의 전경을 직접보고서야 우리 일행들은 왜 이곳까지 험한 지프차를 타고 달려 왔는지 그 이유를 실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묘한 자태를 자랑하는 하얀 버섯모양의 바위덩어리 군락은 일몰에 맞춰 이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우려했던 모래바람도 완전히 잦아들어 일순간 정적이감돌았다. 아마도 이 순간의 벅찬 감정을 말없이 가슴속에 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해가 서쪽으로 완전히 기울고 땅거미가 몰려올 즈음 우리들의 야영지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는 선발대로 떠났던 베두인들이 벌써 모닥불을 지펴놓고 저녁식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모닥불 위에 얹어진 석쇠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동쪽 하늘에는 샛별이 유독 반짝였다.

 완전히 어둠이 내린 후 박위원님이 꺼내든 하모니카 연주에 맞춰 작은 음악회가 열렸고이에 질세라 베두인들의 흥겨운 민속악기 연주와 춤판이 이어졌다. 베두인들과 어울려 흥겨운 파티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동안 사막의 밤하늘은 초롱초롱한 별들로 가득 찼다. 이렇게 맑고 투명한, 그리고 많은 별들은 난생 처음 본다는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별차리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한 별들과 은하수 무리, 그리고 긴 꼬리를 끌며 이따금씩 떨어지는 유성들이 우리들의 하늘 위에서, 태초의 지구가 그러했을것 같은 황량한 사막 위에서 그렇게 밤새 빛을 발했다.   

 밤이 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래 위에 매트를 깔고 누워 별빛 쏟아지는 사막의 밤하늘에 취했던 아름다운 축제는 새벽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는 사막의 여우가 텐트 주변에 찾아와 낯선 이방인들의 잠자리 주위를 배회했다.

 다음날, 크리스털 마운틴과 철광석 지역을 거쳐 다시 바흐리야 오아시스에 도착하였을 때, 세수를 하지 못해 부스스한 얼굴이었지만 우리일행 모두의 얼굴에는 지난밤 사막에서의 축제에 대한 여운인 듯 환한 미소가 피어있었다. 그리고 그날밤 반짝이던 별빛들은 이후 룩소르와 아부심벨을 거치는 일정 내내 우리들의 눈 속에서도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