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에 다녀온 그리스 에게해. 누군가에게는 파란 에게해의 바다와 낭만, 여유를 연상시키는 여행지이겠지만 적어도 나와 우리 팀에게는 끊이지 않는 사건과 변수의 연속이었고 나는 마치 탐정이 된 양 자연이 저지른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던 여행지였다. 첫 번째 변수는 미코노스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배에서 발생했다. 점심으로 맛있게 먹은 랍스터를 다시 밖으로 끄집어내려는 듯 파도가 거세게 몰아친 것이다. 결국 경유지인 이오스 섬에 피항한 배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내일 새벽에 다시 출항한다는 안내방송만 되풀이 했다. 마냥 배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우리팀은 모두 밖으로 나와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서둘러 찾아낸 식당은 고통스러운 지금의 상황을 보상해주려는 듯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분위기도 근사했고 무엇보다 ‘Grandma’라는 식당이름에서도 느껴지듯 할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것처럼 맛있는 음식이 일품이었다. 그리곤 항구 근처의 아담한 호텔에서 4시간 정도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배에 탑승, 40분만에 그토록 바라던 산토리니에 도착했다. 너무나 피곤한 상황이었지만 산토리니에 상륙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폭소를 터뜨리며 상륙을 자축했다. 이어서 이아 마을 일몰 포인트에 위치한 ‘Castro Restaurant’로 이동했다. 워낙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음식 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이 식당에서 우리에게 두 번째 변수가 찾아왔다. 마치 태풍을 연상시키는 성난 바람에 포크와 나이프가 날아가고 컵이 쓰러지고 모두들 추위에 덜덜 떨며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 일행들은 이것도 추억이라며 접시가 날아갈 까봐 접시를 붙들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깔깔거렸다.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산토리니는 처음이라면서 분명 우리 팀 중에 누군가 신의 노여움을 산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해 모두들 또 한번 폭소를 터뜨렸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에게해 섬 투어를 마치고 다시 그리스 본토로 돌아와 이제는 더 이상의 변수가 없을 것이라며 마음을 놓고 있었지만 이번엔 내가 스스로 변수를 만들고야 말았다. 미크로 빠삥코 마을 아래쪽에 위치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에서 발이 미끄러져 사진기를 끌어안고 계곡물에 입수를 한 것이다. 비가 와서 한층 더 미끄러워진 돌을 더욱 조심했어야 했는데… 후회한들 무슨 소용. 결국 나는 그 다음날부터 여행이 끝날 때까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내가 물에 빠진 다음 날부터 날씨가 좋아지고 아무런 변수가 생기지 않았다. 우리팀 중에 분명 신의 노여움을 산 사람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게 나였단 말인가.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마음이 심란했지만 내 한 몸 희생하여 날씨가 좋아졌다고 하니,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그리스는 분명 매력적인 여행지다. 파란 에게해의 바다를 끼고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수많은 섬들, 서양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문명이 남겨놓은 수많은 유적지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그리스라는 여행지가 갖는 매력보다 더욱 빛을 발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일행들일 것이다. 사건은 객관적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주관적이다. 모든 변수와 사건을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우리 일행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