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이지만 한참 배낭여행을 다닐 때 우연히 단체여행객을 만나게 되면 서둘러 자리를 피하곤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단체여행을 주선하는 것이 직업이 되고 말았지만 그 때는 정말 단체여행객들이 싫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호젓하게 즐기고 싶은 나만의 여행이 시끌벅적한 단체여행자들에 의해 방해받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단체여행과 개별여행의 장단점은 확연히 구분된다. 사실 여행사를 운영하면서도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어떻게 하면 단체여행과 개인 여행의 장점만을 잘 조합할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다. 여러 일행들과 공유하고 싶은 정서가 있는가 하면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정서도 있기에 단체여행을 하면서도 마치 개인 여행을 온 것과 같은 여유와 느낌을 보장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개인여행 같은 단체여행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여행사가 손대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지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도의 올레길 등이 그렇다. 둘레길이나 올레길은 다분히 사색적인 길이자 정서적 휴식을 주는 길이다. 또한 ‘느림의 미학’이 통용되고 자아의 내면을 성찰하는 길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 길이 인기를 끌자 여행사들도 발 빠르게 이를 단체여행 상품화했다.
복잡한 도회지를 벗어나 심신의 평화를 추구하러 찾아간 호젓한 산책길에 언제부터인가 관광버스가 들이닥쳐 대규모의 여행객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정해진 시간까지 빨리 걷기를 종용하는 가이드의 우렁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마치 체력단련 코스라도 되는 양 거침없이 내달리는 사람들이 서서히 그 길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최근 테마세이투어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고 싶다는 문의가 부쩍 많다. 산티아고 순례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모객 해달라는 주문이다. 당장 프로그램을 만들면 상당히 많은 참가자를 모으고 이익도 제법 많이 남을 것 같다. 하지만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고행과 눈물의 길이다. 또한 참회의 길이자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가 나름 비장하다.
그런 길을 단체로 몰려간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또한 아니다. 둘레길이나 올레길, 산티아고 가는 길 모두 여행사가 안내해서는 안 되는 곳인 것 같다. 그 길의 주인은 개별여행자들이이어야 한다. 언젠가는 나도 걸어갈 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