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차창밖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지루함을 덜어주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특히 화려한 꽃길이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화려한 꽃길 중의 최고 압권은 아무래도 봄에 피어나는 개양귀비 꽃일 것이다. 4월의 남부 유럽은 밀밭 사이사이에 피어난 빨간 개양귀비 꽃이 장관을 이루는데 우리 개념으로는 잡초와도 같은 개념이어서 속아낼 법도 하건만 그들의 생각은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밭에서 일하는 동안 스스로 즐기기 위해 일부러 꽃씨를 퍼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확량이 좀 줄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개양귀비 꽃길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4월의 모로코다. 탕헤르에서 페스가는 길에 피어난 개양귀비 꽃밭은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5월에는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등으로 이어지는 중부유럽권에 흐드러지는 노란 민들레가 환상적인 꽃길을 만들어 낸다. 드넓은 초원을 뒤덮은 민들레는 세상을 온통 노랗게 물들일 기세다. 반면에 7월에는 남프랑스의 라벤더 꽃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가까이는 일본 북해도의 후라노 지역에서도 그 화려한 보랏빛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8월의 러시아는 해바라기꽃이 장관을 이룬다. 모스크바 외곽의 끝없는 해바라기 밭을 보면 영화 ‘해바라기’에서 소피아 로렌이 정신없이 헤매던 그 해바라기밭 그대로다. 8월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 꽃길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름다운 단풍길이 대신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어차피 떠날 여행길이라면 꽃이 만개하는 시점을 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