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친구들과 오랜만에 유쾌한 영화를 한편 봤다. 톰크루즈와 카메론디아즈가 주인공인 “나잇 & 데이”라는 영화인데 두 주인공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벌이는 액션물이다. 박진감 있게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화에 빠져든 나는 톰크루즈가 이끄는 대로 여러 나라를 함께 여행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의 전개가 빨라서 배경이 된 장소를 상세히 보여주지 않았지만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기 때문일까? 영화 속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가고 싶어졌다.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스페인광장이나, 남과 여에서의 노르망디 해안의 도빌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한 곳은 금방 많은 여행자를 불러들이고 유명해진다. 아마도 나처럼 영화에 빠져들어 마치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인 듯한 착각 때문에 배경지들이 강한 인상으로 남는가 보다.
영화를 보고난 후 배경지가 어디였는지 이리저리 뒤지다 보니 문득 나도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의 배경을 찾아갈 것이 아니라 어디를 여행하던 내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마치 영화를 찍는 듯한 기분으로 여행하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여행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말고도 여행자 스스로가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 자기 감각 속에서 모든 것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