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반, 긴장감 반이 섞인 심정으로 첫 출장을 중국 운남성으로 다녀왔다. 출장을 떠나기 전에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혹독한 교육이 계속되었고 고객에 대한 정중한 서비스 자세를 갖추라는 사장님의 질타가 이어졌다. 원래 성격이 털털한 편인 나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 잠도 제대로 자기 힘들 지경이었다.
떨리는 심정으로 출장을 떠나기 전에 ‘행사비’지급이 있었다. 별도의 돈을 따로 챙겨주면서 손님들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테마세이투어에만 있는 제도인데 행사비 사용에 대한 모든 권한은 전적으로 인솔자에게 있었다.
이 행사비가 내게는 큰 부담이었다. 주어진 행사비를 다 쓰고 오면 칭찬을 받아도, 덜 쓰고 남겨오면 야단을 맞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행사비는 여행 중에 새롭게 볼만한 입장지가 발견되면 입장료를 지불해 주고 뭔가 이벤트를 할 만한 내용이 있으면 곧바로 진행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체크하다가 돈이 들어갈 만한 것이면 아낌없이 쓰고 오라는 것이다. 그것도 고객들에게는 티가 나지 않게 조용히 쓰고 오라는 주문도 있었다. 그러니 행사비를 쓰지 않고 오는건 불성실한 인솔을 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렇다고 가치 없는 곳에 행사비를 쓰는 것도 문제가 될 터였다.
막상 여행을 떠난 직후부터 뭔가 특별히 해드릴게 없을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중전 나파해에서 말타기를 한 후 여강에서 드디어 돈 쓸 곳을 찾아냈다. 호도협에서 인력거를 대절했고, 여강에서는 여수금사쇼와 장예모 감독의 인상여강쇼 두가지 모두를 보여드렸으며 손님들이 피곤해 보이기에 마사지도 추가로 해드렸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에 예약된 식당을 취소하고 자연산 특A급 송이버섯을 주문해 송이버섯 삼겹살 구이를 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송이버섯을 너무 많이 주문해 실컷 먹고도 무척 많이 남았을 뿐만 아니라 막상 계산을 하려고 하니 예산 초과였다. 첫 출장이라 행사비 사용을 하는데 따져 보지 않고 기분을 너무 낸것 같다. 하지만 일행들이 마음껏 맛있게 드시게 하고 싶었다.
큰일 났다 싶어 부랴부랴 회사로 전화를 걸어 돈이 모자란다고 하소연했는데, 뜻밖에 껄껄 웃으면서 바로 송금해 주었다. 덕분에 다음날 수허고성에서 마차를 전세 내어 탈 수 있었다.
앞으로 출장을 나갈 때면 이 행사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참 머리 아플 것 같다. 그렇지만 행사비 사용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참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