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나를 여행사로 이끈 중국인 가이드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10.12.02

  • 조회수 :

    547

나를 여행사로 이끈 중국인 가이드
   

  

어렸을 때 집 근처에 자주 가던 목욕탕이 있었다. 그 곳 욕실의 한 벽면 전체는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다. 
 
나는 온탕에 들어가 앉으면 늘 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넋 잃고 바라보곤 했다. 그럴 땐 열탕에서 피어오른 수증기가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가 만들어낸 물안개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나이아가라는 여행하고 싶은 첫 번째 장소가 되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난 전 직장의 뉴욕 출장길에 오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출장이 끝나갈 무렵인지라 돈이 바닥났지만 난 여행을 감행했다. 가장 싼 여행사를 골라 돈을 지불하니 정말 남은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이아가라 가는 길에 버스가 휴게소에 멈췄을 때도 다른 사람들이 식사 끝날 때 까지 그냥 차 안에 앉아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난 오로지 나이아가라를 간다는 기분에 들떠서 배는 고파도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그날 밤 난 이 여행의 가이드와 한 방을 썼다. 그는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소개했다. 방에 들자마자 그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가수에서부터 시작하여 남북 관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밤늦게까지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왜 미국의 많은 곳 중 하필이면 이곳을 왔는가”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 목욕탕에서 보았던 폭포 이야기와 이곳에 오기 위해 남은 돈을 다 털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밥까지 굶어가며 여행을 하면 안된다”며 “돈을 빌려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농담이겠거니 하고 “돈을 빌려줘도 한국에나 가야 갚을 수 있다”고 답하니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주소와 함께 돈을 건네주었다.
 
나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처음 본 나를 뭘 믿고 돈을 빌려준단 말인가? 그의 밑도 끝도 없는 신뢰에 코끝이 찡해져왔다. 아마도 나를 돈을 벌기 위한 손님으로서가 아닌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로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진심으로 대해준 것이리라...
 
함께 여행을 떠난 한 명의 동반자로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것. 그것이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신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 중국인 가이드를 통해 처음 해보게 됐다. 그리고 그 때의 감동이 나를 지금의 여행사로 이끈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