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 맨 처음 가본 게 지난 91년도이니 벌써 거의 15년전 일이다. 당시는 고르바초프 서기장 시대로 러시아가 아닌 구소련이었다. 일반인들에겐 여행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운좋게도 전에 다니던 회사일로 약 보름간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재벌2세로 통했다. 레닌그라드(지금의 성 페테르부르크)에서 열흘간 묵으면서 나는 전용차를 썼고, 기사를 두었으며, 개인 가이드를 고용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공산시절임에도 비틀즈의 노래가 연주되는 최고급 식당에서 거의 매끼니를 식사했다. 재벌2세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말 펑펑 돈을 써 댔다. 이 때 내가 환전한 돈은 단 200$였다. 그런데 이것도 다 쓰지 못하고 남은 루블은 교포 가이드에게 전부 다 주고 왔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열흘간 쓴 돈은 200$도 되지 않았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열흘간 생활하면 도대체 얼마나 들게 될까? 아마 200$는커녕 2,000$ 가지고도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러시아의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아마 스페인과 함께 최근 전세계에서 여행물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나라가 러시아일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요금 인상은 아무 예고도 없다. 지난 여름 러시아 여행도 출발 직전에 호텔비와 버스비가 느닷없이 대폭 올라 1인당 약 30만원씩을 더 주어야 했고, 항공은 항공대로 출발직전에 15만원이 인상돼 20명이 넘게 가고도 적자행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야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래도 출발은 했지만 한국 그룹은 물론 유럽과 일본에서도 대거 여행 취소 사태가 발생했다. 그 덕에 관광객이 대폭 감소해 줄을 서야하는 수고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행사 입장에선 정말 골칫거리인 나라가 러시아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여행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