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은 정말 존재할까? 그건 상관없다. 최소한 마케팅에서 만큼은. 어쩌면 미스터리로 계속 남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호기심을 계속해서 유지시킬 수 있으니까. 괴물 이야기는 확실히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알려지지 않은 것, 신기한 것에 대한 동경은 본능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괴물로 유명해진 관광지가 제법 많다. 특히 호수가 압도적이다. 네스호의 괴물은 단연 최고의 스타다. 연이은 네스호 괴물 목격담이 매스컴을 타지 않았다면 스코틀랜드 시골구석에 있는 네스호가 그리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그것도 특별히 아름답지도 못한 호수가? 공룡같이 생긴 수중 괴물 사진이 신문에 실린 이후 스코틀랜드에 간 여행자들은 대개 한번쯤은 호기심 삼아 네스호를 방문한다. 그곳엔 8개 국 언어로 방송되는 영상자료도 제공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전세계 여행자들이 네스호를 방문하는 지 알만하다. 백두산 천지의 괴물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탄다. 그럴 때 마다 백두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늘어난다. 크기나 수온 등 그 어떤 상황을 봐도 괴물이 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지만 천지의 괴물 목격담은 계속된다. 십중팔구 백두산 관광으로 먹고 사는 중국인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테지만 ‘괴물’이니 혹 알 수는 없다. 사실 괴물이 나타난 호수는 헤아리기 조차 어렵게 많다. 동화 ‘피터 래빗’을 탄생시킨 영국의 아름다운 호수 윈더미어도 혹이 세 개 달린 괴물이 카메라에 찍혔다고 난리였고, 시베리아의 찬니호수에선 한 술 더 떠 식인괴물이, 일본 가고시마의 이케다 호수에선 뱀장어 괴물이 나타났다고 떠들썩했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 자라는 천연기념물인 오오우나기(거대 뱀장어)가 일본 전역에 확실히 뜨게 됐다. 이곳의 뱀장어 요리가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대박난 것은 물론이다. 이게 호수만의 일도 아니다. 바다에서도 종종 괴물이 발견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베트남의 하롱베이에도 괴물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곳을 지나던 프랑스 해군 함선이 약 20m가량 되는 수중 괴물을 발견하고 사진 촬영했다는 것이다. 괴물담에서 중요한 것은 사진이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흐릿하거나 비밀로 감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타라스크’라는 이름까지 붙은 하롱베이 괴물 역시 프랑스 해군이 극비라고 하여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물론 목격 시점도 알려진 바 없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지금도 하롱베이의 베트남 가이드들 사이에 그럴듯하게 포장돼 반복 생산되고 있다. 물론 그 덕만은 아니겠지만 하롱베이를 찾는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괴물이 호수에, 혹은 바다에 정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세상에 불가사의가 어디 한두개든가? 하지만 존재 유무에 관계없이 그냥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라면 정말 괴물이야기는 효과 만점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