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도 서쪽으로 더 떨어져 있는 섬나라 아일랜드. 지난 4월말, 좀처럼 가볼 기회가 없던 아일랜드를 다녀왔다. 한국 여행시장을 겨냥한 아일랜드 관광청의 한국여행사 초청행사였다. 방문지는 수도인 더블린을 비롯, 서부 해안도시인 골웨이와 인근 국립공원, 그리고 제3의 도시인 리메릭과 그 주변의 국립공원이었다. 일주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아일랜드는 나를 곧바로 매료시켰다. ‘클리프 오브 모허’의 격정적인 해안 절벽,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꼼짝없이 우울증에 걸리게 할 골웨이 북쪽의 황량한 초원, 호수가에 자리한 낭만적인 킬레모아 성과 그 정원, 조망이 일품인 고성(古城) ‘락 오브 캐셀’등. 하지만 무엇보다 아일랜드의 매력은 차창을 스치는 때묻지 않은 자연풍경에 있었다. 우리의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돌담과 푸른 초원,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그림같은 집들. 이로 인해 차창밖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일랜드 여행은 조금도 지루할 새가 없었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식민지로 오랜 지배를 받아왔다는 점, 갖은 고난 끝에 20세기초에 독립을 이루었다는 점등 많은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아이리쉬들은 다른 유럽인들과 달리 넉넉한 인심과 한국적인 정(情)이 있어 아일랜드를 더욱 정감있는 나라로 만든다. 아일랜드의 이런 역사적 배경과 자연 환경은 수많은 위대한 작가들과 음악가들을 탄생시켰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버나스 쇼,버틀러 예이츠,사뮤엘 베켓,셰이머스 히니가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다. 인구 약 400만 명의 나라에서 20세기에만 무려 4명의 노벨문학상 작가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뿐 아니다. ‘걸리버 여행기’로 유명한 조나단 스위프트, 기상천외한 언행으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 ‘더블린 사람들’을 쓴 세계적인 작가 제임스 조이스도 아일랜드 출신이다. 이밖에 U2 나 Enya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도 아일랜드 태생이다. 아일랜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흑맥주의 상징인 기네스다. 처음에는 약간 텁텁한 듯 하지만 일단 맛만 들이면 내내 기네스 맥주를 찾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된다. 더블린에기네스 본사가 있는데 이곳 투어가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여기에 쌀쌀한 날씨에는 위스키 한방울이 들어 있는 아이리쉬 커피가 제격이다. 여기에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을 가진바 있는 다이내믹한 아이리쉬 댄스는 아일랜드가 정적이면서도 얼마나 동적인 나라인지 잘 알게 해준다. 아일랜드는 도시적인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여행을 권하고 싶지 않다. 또 한 여행은 ‘놀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일랜드는 잘 맞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아일랜드 여행은 필경 지루하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조용한 여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일랜드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궁합이 잘 맞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