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인솔자들의 불편한 진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11.08.31

  • 조회수 :

    666

인솔자들의 불편한 진실

 
 프라하의 야경을 보고 카를교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데, 한 한국인이 다가와 불쑥 묻는다.
 
“가이드 분이세요?” 인솔자라고 답하니 친구라도 만난 듯 반가워한다. 자신도 인솔자란다.
 
그리고는 내가 말할 틈도 없이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이렇게 다른 여행사 인솔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나로선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나한테 하는 말이 “아! 이번 손님들은 쇼핑이 안 터져요.”다. 
 
다른 여행사의 시스템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 말이 좀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아예 쇼핑을 안하는데요.”라고 답하자 이 친구 ‘도대체 뭐라는 소리야.’하는 표정이다. “이번엔 손님이 개인적으로 쇼핑해서 커미션이 조금 생긴 걸 그 손님께 돌려 드렸다.”고 덧붙이자 정말 어이없어 한다. 쇼핑과 거기서 생기는 커미션이 인솔자의 유일한 낙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이야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경력이 3년만 지나도 챙길 건 다 챙기게 된다. 결혼해봐, 당신도 그렇게 될 거야. 바보가 아닌 이상 말이야.”라고 말한다.
 
그럼 5년,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우리 선배들은 모두 바보란 말인가. 아무래도 더는 공감 가는 대화는 하지 못할 것 같아 손님들을 찾는 척 그 자리를 떠났다.
 
사실 이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잘츠부르크에 관한 이야기였다. 잘츠부르크는 반드시 오스트리아 정부가 발급한 자격증이 있는 가이드가 설명해야 한다. 무자격 가이드가 설명하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자격증이 있는 정식 가이드는 몸값이 비싸다. 그래서 이를 아끼기 위해 가이드를 쓰지 않고 그냥 바로 자유 시간을 주었다는 것이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 앞에선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3대 여행사중 하나인 이 여행사의 인솔자는 모차르트 생가 앞에서 손님들을 모아놓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봤자
 아무 볼 것이 없다.”면서 그냥 이 거리에서 자유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모차르트 생가를 들어가 보지 않고 어떻게 이 음악도시를 이해하라는 것인지 의아했지만 손님들도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은 없었다.
 
프라하에서 만났던 그 인솔자는 이 얘기를 듣더니 “모르는 게 약”이라며 “그런 걸 일일이 다 보여주면 지루해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어떻게 하더라도 손님들이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그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과 시간 때문에 쇼핑을 계속해서 유도하고, 여행지를 생략하고, 전문 가이드를 쓰지 않으려면 인솔자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이다. 그라고 왜 그것이 불편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