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은 빈 틈 없이 별들로 가득 채워졌고 간간히 긴 꼬리를 남기며 유성이 떨어졌다. 그날 밤 우리 일행들은 이집트 백사막에 드러누워 하염없이 은하수를 바라보다 나지막이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어린 왕자’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분이 심각한 표정으로 가이드를 불렀다. 그리곤 ‘이집트에서 트럭 한 대 임대하려면 하루에 얼마 정도 줘야 돼?’라고 물었다. 이유인 즉, 오면서 보니 모래사막이 끝도 없이 펼쳐지던데 이 사막의 모래를 퍼서 수출하면 타산이 맞을까 계산중이라는 것이다. 그 분은 별이 쏟아지는 사막에 앉아 이집트의 경제를 걱정하고 계셨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 우리가 묵었던 매리어트 호텔 앞 공화국 광장은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나온 시민들이 꽤나 많았다. 춤을 추는 듯한 분수의 물줄기에 맞춰 장엄한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지는 광장의 분위기는 평화 그 자체였다.
 경제적 고립으로 인하여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르메니아 사람들이지만 한 주를 마무리하는 주말에 아이들 손을 잡고 나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거나, 비록 주머니는 비어있어도 음악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연인들이 한없이 예뻐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같이 온 일행이 불쑥 한마디를 내던졌다. ‘이런데 돈을 처바르니 아르메니아가 못사는 거야. 밥벌이도 못하는데 지금 음악이나 듣고 춤출 때야? 못사는 나라는 다 이유가 있어.’
 같은 지역을 여행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생각은 참 다른 것 같다. 들꽃이 흐드러진 벌판을 달리며 감상에 젖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이 땅을 개간해서 농사라도 지어야지 왜 저 아까운 땅을 놀리느냐’고 탄식하는 분도 있다.
 사실 여행지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각자 취향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며, 심지어는 여행을 떠난 목적도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여행자 자신의 몫이지 여행사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 또한 아니다. 생각이 다르고 관심분야가 다를지언정 여행자들만이 갖는 비슷한 정서는 있게 마련이다. 그 공통된 정서를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에선 충분하다. 같은 장소, 다른 생각, 이 또한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단지 다른 생각을 강요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