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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집트 여행은 출발 전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민주화 시위가 군부의 민정 이양 시기를 놓고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가 국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안전 여부’를 묻는 전화도 많아졌다. 여행사 입장에서도 올초의 이집트 민주화 혁명 후 처음 진행하는 여행이었던 만큼 시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매일 이집트 현지와 통화하면서 상황 파악에 나섰고, 결국 여행에 아무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런데 막상 이집트에 가보니 그간의 걱정이 허무할 정도로 분위기가 평온했다. 열흘간의 일정 중 이집트 현지에서 시위대를 직접 본 것은 아스완이 유일했다. 2-3백 명 정도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는데 평화 시위 그 자체였다. 물론 경찰도 있긴 했는데 그냥 서너 명 정도가 시위 행렬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밖의 여행지는 마치 시위가 그들과 상관없는 이웃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인 양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그렇다 해도 인솔자 입장에선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무엇보다 시위의 중심인 카이로 여행이 문제였다. 반드시 방문해야 할 이집트 박물관이 자주 시위가 벌어지는 타흐리르 광장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른 아침에 보는 걸로 일정을 조절하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렇듯 이집트 여행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정치적인 불안정 상황이 전세계에 보도되면서 이집트를 찾는 관광객은 대폭 줄어든 듯했 다. 그 덕에 우리는 오히려 어딜 가나 한가하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관광산업이 이집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여행자수의 감소는 이집트 국민들의 경제적인 고통을 의미함이 분명하다. 현지에서 이집트의 현실을 직접 보니 우리가 그랬듯 민주화를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여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