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 전만해도 세계적인 유적지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의 시엠립은 한적한 시골동네였다. 그야말로 여행매니아들이나 찾는 ‘여행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설날 찾은 시엠립은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앙코르의 위대함이나 불가사의함을 여유롭게 느껴보고, 감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중에서도 여행 일정 내내 가장 많이 마주친 사람들은 한국인이었다. 대표 유적인 앙코르와트는 물론 프레아칸이나 타프롬 같이 늘 고요한 신비로움에 감싸여 있던 사원들조차 들리는 것은 대부분 한국말이었다. 유럽인들이나 일본인들이 대부분이던 특급호텔도 한국인들이 거의 점령한 상태였고, 식당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한국인들이었다. 한국은 거리에도 넘쳐났다. 시엠립 시내는 물론 앙코르 유적지 곳곳에도 한글로 쓰인 여행사 간판이 보였고, 그 여행사들의 전용버스가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거리의 간판 역시 한글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물론이고, 요즘 시엠립을 찾는 한국인이 워낙 많다보니 한글로 안내하는 현지 업체들도 굉장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여행사들의 직영식당 건립에 반대하는 현지 요식업체들의 반대 플래카드까지 곳곳에 나부껴 마치 한국의 한 거리를 방불케 하기도 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최근 들어 시엠립이 급격하게 덤핑여행의 천국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제2의 방콕이라 불릴 정도로 요즘 시엠립은 비행기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덤핑상품이 판을 치고 있다. 물론 방콕여행과 마찬가지로 여행자들은 각종 옵션과 쇼핑에 시달려야 하지만 싼맛에 찾는 한국인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국인이 늘면서 앙코르를 여행하기엔 좀 더 저렴해지고, 좀 더 편안해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테마세이투어가 오랫동안 아껴오던 시엠립이 이젠 잠시 놀러갔다 오는 싸구려 여행지로 전락하는 것 같아 가슴이 에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