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말의 러시아 여행은 세계에서 가장 맑은 바이칼 호수를 제대로 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그 프로그램 중 하나가 환바이칼 열차 탑승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이전과는 열차운영 시스템이 많이 달라져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경치라고는 하지만 12시간이나 기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결론적으론 대만족이었다.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새로 투입된 환바이칼 열차는 외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완전히 새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1등칸은 안락한 의자와 함께 비디오 장치가 별도로 마련돼 바이칼의 생태에 관한 영상물을 볼 수 있었고, 맥주와 보드카 등이 무제한 제공되는 등 서비스도 수준급이었다.
환바이칼 열차는 이르쿠츠크에서 시작하지만 슬류디앙카와 항구인 포르트바이칼 사이의 92㎞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바이칼 호수를 바로 오른쪽으로 두고 달리기 때문이다. 열차 탑승구간은 총 130㎞ 정도에 불과하지만 탑승시간이 12시간이나 걸리는 이유는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서 기차가 멈춰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기차가 멈출 때마다 인근의 정겨운 마을들을 방문할 수도 있고, 바이칼 호수 주변에서 약 1시간 정도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바이칼을 제대로 보기 위해 배를 전세내어 바이칼을 유람하였고, 도중 배에서 내려, 1분 이상 발을 담그기 힘들만큼 차가운 바이칼의 찬물을 실감해 보기도 했다. 또 한 부르두구스 온천장에선 러시아 특유의 자작나무 사우나와 함께 바이칼 물에 뛰어 들어보는 경험도 해보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바이칼의 다양한 모습을 한껏 만끽한 우리 일행들은 이어지는 세르기예프, 야스나야 팔라냐, 수즈달, 블라드미르, 노보고로드 등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 인근의 고도(古都) 여행까지 즐거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