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크로아티아로 출장을 다녀왔다. 주황색 지붕들과 코랄빛의 아드리아해가 아름다운 나라이지만 내게 그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이 하나 있다. 자다르라는 멋진 해안 도시에서 저녁 무렵에 만난 한 꼬마 낚시꾼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손님들과 함께 노을지는 호텔 앞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조금 걷다보니 엄마와 함께 너무나도 진지한 모습으로 바다낚시를 하고 있는 한 꼬마아이가 보였다. 바다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한 손님과 함께 잠시 꼬마 옆에 서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다. 물론 낚시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나지만 10살 남짓한 아이의 폼치고는 꽤나 그럴듯해 보였다. 그런데 웬걸, 폼만 좋은 게 아니었다. 미끼를 던지는 족족 한 마리씩 잡아 올리는 솜씨가 그야말로 꼬마 강태공이었다. 그렇게 몇 마리를 낚아 올리고 다시 한 번 흔들리는 낚싯대를 낚아채 힘차게 들어 올리니 이번에는 자그마한 물고기 한 마리가 퍼덕거리며 걸려 올라왔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에서 난 소름이 찌릿하게 돋는 감동을 느꼈다. 능숙하게 물고기 입에서 낚싯바늘을 빼고는 입맞춤을 진하게 한번 한 뒤 바닷가로 던져주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말이다.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놔 주는 게 아까울 법도 한 10살배기 어린아이였다. 그 어린이의 이런 의외의 행동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아주 어렸을 적부터 배우는 유럽인들을 볼 수 있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아이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단 한마디의 칭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것’ 보다 자연을 생각하는 것은 ‘잘한 일’ 이 아닌 ‘당연한 일’ 로 여기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아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모자의 낚시 현장이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이런 보석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가는 크로아티아인들이 무척 부러웠다. 하지만 이는 그저 받기만한 선물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깨끗하게 빛나는 땅 크로아티아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선물임에 분명하지만 또한 그들 스스로가 열심히 지켜내고,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