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이슬람권으로의 여행이 어려워졌다. 작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민주화 운동 이후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스라엘 계 미국인이 만든 모하메드 비하 영화가 이슬람권 여행을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탓에 평소 같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여행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로코가 대표적인 경우다. 몇 해 전 혼자 모로코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건 단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스머프 마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온통 푸른 물빛인 어떤 마을의 사진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여행했던 5월의 모로코는 기대 이상이었다.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며 ‘신의 옥좌는 물 위에 지어졌다’는 코란의 구절에 따라 대서양 바로 옆에 지어진 하산 2세 사원의 도시 카사블랑카, 거대한 메디나(구시가지)의 미로에서 길을 잃게 되는 천년고도의 도시 페스, 벽화 마을로 알려진 작은 바닷가 마을 아실라, 그리고 나를 모로코로 이끈 사진의 주인공인 ‘파란나라’ 쉐프샤우엔까지 가슴 벅찬 발견의 연속이었다. 특히 리프 산맥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쉐프샤우엔은 북부 산간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마을인데, 천천히 그리고 여유로운 여행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마을 언덕에 버려진 작은 사원에서 바라보는 쉐프샤우엔의 전경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나만의 ‘시크릿 가든’ 같은 장소였다. 모로코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이색적인 휴양지로 이미 유명하다. 고유의 이슬람 문화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바다와 넓은 사막, 그리고 거친 산악지대에 자리한 진흙도시들까지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나라다. 아무튼 이슬람권에 빨리 안정이 찾아와 모로코는 물론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등 이 매력적인 여행지들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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