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아랍에 대한 편견을 넘어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1

  • 조회수 :

    178

지난 11월 21일, 항공기가 시리아 상공으로 진입하는 순간 우리 일행들의 표정에서 작은 긴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2004년도 외신의 첫머리를 주로 장식했던 테러와 전쟁의 진앙지인 아랍세계, 그 중심지인 시리아로 진입하는 순간이니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감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시리아 여행 첫날부터 곳곳에서 마주친 아랍인들은 상상 이상으로 친절했고, 이라크 파병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무척 호의적이었다. 불과 하루만에 경계심이 풀린 우리 일행들은 복잡한 재래시장을 헤집고 다니고, 어두컴컴한 뒷골목으로 밤마실을 나가기도 했다.
가톨릭 성지순례 개념으로 떠난 이 여행에서 더욱 놀라운 일은 아랍세계에서 두번째로 크고 중요한 모스크인 우마디야 모스크에서 벌어졌다. 현지의 관례대로 이슬람식 히잡을 입고 모스크 내부로 입장한 우리 일행은 모스크의 중앙에 자리잡은 세례자 요한의 무덤 앞에서 각자 조용한 기도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낙인 찍힌 시리아의 다마스커스, 그 곳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슬람 사원 안에서 기도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출발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슬람과 기독교 모두 성지로 인정하는 크락 데 슈발리에 십자군 성 망루꼭대기에서 목청껏 성가를 부르고, 이슬람 유목민의 텐트에서 미사를 올릴 때도 주변의 아랍인들은 오히려 온화한 미소로 우리 일행을 바라봐 주었다.
시리아의 호텔 지배인 ‘모하메드 압살람’씨는 테러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이슬람의 테러단체를 미워하되 이슬람 사람들은 증오하지 마십시오. 미국을 공격한 것은 「알 카에다」이지 우리들이 아닙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지난 여행이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제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막에도 눈이 내린다는 사실, 중동에도 테러리스트가 아닌 우리의 이웃이 살고 있다는 사실, 그 평범한 사실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말이다.
시리아의 마지막 일정으로 대규모 재래시장인 하마데에 수크를 걸어나왔다. 밝은 표정의 사람들로 메워진 시장거리는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마치 전쟁 직전의 바그다드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