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고무나무 껍질처럼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13.07.09

  • 조회수 :

    251

고무나무 껍질처럼
 
   

 얼마 전, 화분에 물을 흠뻑 준 다음 큰 맘 먹고 베란다까지 청소했다. 그런데 그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상한 껍질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것이 고무나무 잎사귀가 나오고 난 뒤의 껍질이란 것을 안 순간 조용한 감동이 밀려왔다. 식물도 허물을 벗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나에게 마치 성장통처럼 생각되었다. 고무나무 어린잎이 나오기까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치열하게 밀어냈어야 할 그 노력과 시간들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함께 여행을 다녀온 손님과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분은 나와 함께 두 번째 여행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작년과 다른 나의 모습을 봤다고 하셨다.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는 것이다. 작년 테마세이 입사 후의 첫 출장은 사실 멘붕 수준이었다. 카메라도 잃어버렸고, 예기치 않게 기차가 파업을 벌였고, 그 밖에 많은 해프닝이 있었다. 사실 타 여행사에서 이미 여러 번 유럽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별걱정도 하지 않았던 첫 출장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다른 여행사와는 여행에 대한 접근 방법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테마세이에서의 인솔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그저 기술적으로 호텔과 식당을 체크하고, 그저 컴플레인만 없으면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의 첫 출장은 그동안의 허물을 조금씩 벗게 한 계기가 되었다. 알듯 말듯 조용히 자신의 어린잎을 틔우기 위해 껍질을 뚫고 나오는 그 고무나무처럼, 어느 순간 손님도 우리 집 베란다 바닥의 고무나무 껍질 같은 나의 성장의 기록을 알고 계셨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분인 신영복님은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城)을 벗어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기차게 달려왔는데 벌써 무더위에 바짝 다가선 6월이다. 앞으로의 6개월은 그간 쌓아온 생각의 성을 무너뜨려 고무나무 껍질처럼 환골탈태하는 여행자로 설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