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태국에서의 잊을 수 없는 눈빛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14.11.12

  • 조회수 :

    491

태국에서의 잊을 수 없는 눈빛

 
어릴 적부터 유난히 물을 무서워했던 나, 이젠 물도 나를 거절하는지 수영은 아무리 배워도 물에만 들어가면 바로 가라앉는 ‘수영 쑥맥’이다. 무릎 높이의 바닷물에만 들어가도 구명조끼와 물안경을 꼭 챙기는 내게 지난 휴가는 거의 공포체험에 가까웠다.
 출장을 다녀와 급히 가느라 아무 조사도 못하고 떠났던 태국의 푸켓, 아름다운 섬들을 보기 위해 난 매일 스피드 보트를 타고 2-3시간씩 망망대해를 가로질러야 했다.
 그 스피드 보트는 정말 이름값을 했다. 물 위를 떠서 가는 게 아니라 파도를 타며 거의 날라 다녔다. 그러다 문제가 터졌다. 맑던 하늘이 갑자기 꾸물꾸물 해지더니 중간쯤 갔을 때부터는 돌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비가 그쳐 예정되었던 섬 투어는 다 할 수 있었지만 돌아오는 길이 또 문제였다. 육지까지 가려면 다시 세 시간을 나는 배를 타야 하는데 또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었다.
 그 땐 정말 울고 싶은 맘 뿐 이었다. 심지어 내가 있던 바로 그곳이 2004년 참혹했던 쓰나미 현장이라니, “여기서 빠지면 수영도 못하는 난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머릿속으로 온갖 불길한 생각이 다 들었다.
 이 상황에서 배를 타고 가도 되냐고, 섬에서 그냥 자고 가면 안 되냐고 태국인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자기만 믿고 걱정하지 말란다. 하지만 그는 나를 구해주기에는 너무 빈약해 보였고, 난 배에 있는 내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거센 파도를 타느라 연신 엉덩이를 찧으면서도 난간을 놓을 수 없었던 나는 우연히 배를 모는 항해사 아저씨의 눈빛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거짓말처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우리를 향해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를 그는 마치 우습다는 듯이 바라보며 거침없이 배를 몰고 있었다. 오히려 이 짜릿한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랄까. 그의 얼굴엔 분명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다. 그런 눈빛을 이전에는 결코 본 적이 없다. 정말 내 죽음의 공포를 순식간에 날려 준 마력의 눈이었다. 배에 타기 전엔 그저 ‘남루한 옷에 비쩍 마른 가난한 태국 뱃사람’으로만 보였는데….
 난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저런 눈빛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늘 낯선 여행지를 리드해야 하는 인솔자로서, 파도보다 더 거친 시련이 있을 인생이란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