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크리스마스하면 눈이 하얗게 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있는 나라들은 유럽과 미주를 제외하곤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눈은커녕 열대에서 맞이하는 HOT CHRISTMAS가 훨씬 더 많다. 좀 어색할 것 같지만 HOT CHRISTMAS 역시 WHITE CHRISTMAS 못지 않게 대단한 축제 분위기다. 필리핀에선 해마다 12월이 되면 대문이나 방문 앞에 패롤(Parol)을 단다. 패롤은 별 모양을 한 크리스마스 등불인데, 그리스도를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에 트리는 대개 꽃으로 장식한다.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는 거리를 뒤덮은 수많은 전구가 일제히 점등되면서 나라 전체가 마법의 세계로 변한다. 싱가포르 관광청이 해마다 ‘가장 아름답게 장식한 빌딩’에 상을 주는 만큼 점등식의 열기는 더욱 뜨겁다. 그리고 거리의 한쪽에서는 하루 두 차례 15분씩 열대지방의 눈을 만날 수 있다. 그 정체는 비누거품이다. 일년 내내 눈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가짜 눈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괌의 크리스마스는 이열치열이다. ‘징글벨 단축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는 시간 기록보다 크리스마스 테마에 맞는 의상이 더 중요하다. 사람은 물론이고 가장 멋지게 단장한 애완동물, 유모차 등에도 시상을 한다. 호주에선 산타클로스가 제트스키나 서핑보드를 타고 선글라스에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한다. 크리스마스는 인종과 종교에 관계없다. 힌두의 나라 인도에선 크리스마스 맞이 대바겐세일이 연례 행사처럼 열리고, 불교의 나라 태국도 호텔이 온통 트리로 뒤덮인다. 여행 중 HOT CHRISTMAS를 맞는다면 그것도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의외의 큰 소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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