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란 - 알프스, 설산 초록 그리고 빨강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작성일 :
2016.08.24
조회수 :
3163
이 글은 부산에 사시는 박영란님이 보내주셨습니다.
박영란님은 2016년 5월 26일부터 6월 5일까지 11일 동안 테마세이투어와 함께 알프스 일주 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산, 초록 그리고 빨강


이 곳은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었다. 발코니로 나가면, 아이거 북벽이 구름에 가려있다가 어느 순간 눈앞에 쓰윽 나타나곤 했다. 그와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레스토랑에 세팅되어있던 테이블 위의 까만 매트와 빨강 머그잔이었다. 다소 침침한 실내와 나무 바닥과 장식들이 컨트리풍이었던 분위기에서 이 강렬한 색의 대비는 참으로 산뜻했다. 검정 유니폼에 빨강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하던 종업원들의 깜찍한 모습 또한 ‘퐁듀’하면 같이 떠오른다.

그 후 이상하게도 ‘빨강’은 문득, 자주 띄었다. 여기저기서 휘날리는 스위스 국기와 깃발, 객실의 쇼파색과 빨간색 연필, 쓰레기통, 기차, 케이블, 인부들의 작업복, 벤취, 빨간색덧문 등등에서. 이 빨강은 아주 자극적이었고 눈을 즐겁게 했다. 사물들은 ‘내 이름은 빨강’이라고 외치는 듯, 의외의 활력이었다. 설산과 온통 초록의 완벽한 자연 앞에 인간이 슬쩍 방점으로 점찍을 수 있는 색이, 저 빨강이지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생각과 시선을 돌릴 여유가 생긴 것은. 여행의 일정이 딱 반이 흘러간 그린델발트에 와서였다.
첫 출발지였던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도시 안시와 샤모니에서 그린데발트에 오기까지. 스위스의 풍광은 그야말로 ‘달력 속의 그림’이었다. 시선을 멀리두면 알프스의 고봉들은 하얀 설산으로 빛나고 있었고, 오월의 햇살이 내려쬐는 들판에는 온갖 야생화가 싱그럽고, 전나무 소나무 등의 장대한 침엽수의 수림은 산과 도시를 수벽처럼 감싸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끝없는 목초지가 펼쳐진 구릉의 산간마을. 그리고 빙하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폭포. 그 싱그러운 물줄기는 내를 이루고 거대한 호수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가 스위스였다.



안시호수에서, 레만호수에서, 루체른 호수에서
만년설이 녹은 투명한 물결위에 떠가는 유람선을 타고 가노라면, ‘지상 최고의 아름다운 여정’임을 실감하게 된다. 호수 사방으로 펼쳐져있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보노라면 지상의 유토피아는 이런 곳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어디서나 이 나라를 감싸고 있는 하얀 설봉은 때론 신비롭게, 때론 거대한 위용으로 버티고 있다. 그리고 빙하가 녹은 코발트 빛 호수 위에 떠 있는 멋진 요트. 초지 위로 점점이 흩어져 있는 나무와 집들은 아득한 풍경이 되어 흘러간다. ‘예쁘다’는 형용사를 다 느끼게 하오래된 작은 마을들. 어떤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는 이 깔끔하고 정연한 풍경들은 시작도 끝도 없이, 이 나라에 기본 베이스로 깔려있다. 걸을 때나 멈추었거나, 체르맛에서 쿠어까지 8시간을 내리 달리는 빙하특급의 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그랬다. 그런데 어디에서부턴가 이 풍광의 닮음과 반복과 질서가 살짝 식상해져 갈 때가 있었다. 피클조차 없이 먹었던 퐁듀를 호기심으로 열심히 먹다가 느끼한 맛에 슬 물러날 때처럼. 그 쯤 난 ‘빨강’을 발견했는지 모른다. 마치 이 나라의 암호 같은 코드로.



이 평화롭고 유장한 정경이 ‘정적’으로 다가왔다면, 알프스는 가히 ‘동적’이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리히덴슈타인, 슬로베니아, 독일, 스위스 이렇게 7개국을 걸쳐있는 알프스는 ‘유럽의 지붕’이라기보다는 스위스라는 한 나라의 울타리 처럼 보였다. 어딜 가나 우뚝 솟은 연봉들이 나라를 깊숙이 에워싸고 있어, 같은 산악국가인 우리나라와는 무척 다른 지형이었다. 우리의 산은 쉽게 두 발로 자박자박 올라갈 수 있고, 백두대간을 종주해 본 나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산들은 직접 내 발로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땅의 지질도 사람처럼 청년기에서 노년기로 흘러가듯이, 산의 모양새와 크기, 기질은 무척 다르게 보였다. 우리의 산이 유순하고 부드러운 능선이라면 여기의 산들은 ‘악’소리가 날 만큼 높고 날카로운 암석과 만년설로 험했다. 그 봉우리들을 목숨을 걸고 등정을 하는 알피니스트가 아니면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산이다. 눈과 빙하, 얼음으로 뒤덮인 알프스를 등반하던 사람들을 ‘알피니즘’이라고 하지만, 알피니즘이 아니어도...


샤모니의 몽블랑, 그린델발트의 융프라우, 체르맛의 마테호른, 루체른의 리기산
의 턱밑까지 다가가 고개를 치켜들고 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산악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것은 케이블카, 곤돌라, 리프트, 전기기차, 톱니바퀴 열차, 산악열차들이었다.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 4807미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곳은 에귀 디 미르 전망대 3842미터에서였다. 아득히 보였던 남봉과 북봉을 거쳐 다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마지막 순간 직벽을 타고 오를 때의 오소소한 전율은 마치 천공을 뚫고 지상으로부터 이탈되는 듯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융프라우를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쉴트호른 전망대는 알프스에서 가장 길다는 공중케이블을 타고 갔다. 4478미터의 마테호른을 보기 위해 도착한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의 3089미터는 산악열차가 오를 수 있는 전망대 중 두 번째로 높은 곳이었다.
네발 달린 짐승이 어디를 못 가,라는 말이 있지만 스위스야 말로 공중 어디라도 길을 만들 재간이 있어 보인다. 상상할 수 없는 높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간 전망대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유명한 봉우리들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복걸 복’이었다. 산도 명성만큼 그 전모를 절대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그곳에서 머물다가 구름과 안개가 사라지는 순간 접신하듯 만나는 것이 알프스였다. 에귀 디 미르 전망대에서 두어 시간을 머물었지만, 몽블랑의 온전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네발 달린 짐승이 어디를 못 가,라는 말이 있지만 스위스야 말로 공중 어디라도 길을 만들 재간이 있어 보인다. 상상할 수 없는 높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간 전망대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유명한 봉우리들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복걸 복’이었다. 산도 명성만큼 그 전모를 절대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그곳에서 머물다가 구름과 안개가 사라지는 순간 접신하듯 만나는 것이 알프스였다. 에귀 디 미르 전망대에서 두어 시간을 머물었지만, 몽블랑의 온전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융프라우, 뮌히 4099미터, 아이거 3970미터의 3대 봉우리와 프랑스의 샤모니, 독일의 Black Forest까지 알프스의 대 파노라마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 쉴트호른 전망대. 융프라우의 웅장함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오히려 반대편에 위치한 이 곳 전망대를 고집했지만 그 날은 강풍과 눈, 비바람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이곳이 제임스 본드의 007영화 <여왕 폐하 대작전>이 촬영된 곳으로 유명했다. 세계 최초로 360도 회전하도록 설계된 피츠 글로리아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며 펼쳐질 전망을 기다려봤지만, 레스토랑을 거의 차지한 중국 관광객들의 요란한 소리만 시끌법적했다. 특별했던 것은 영화와 관련된 여러 소품이 있었지만, 화장실의 실내와 문짝의 디자인을 보면서 이들의 세심한 감각을 다시 확인하는 듯 했다.



'스위스의 혼‘이라는 불리는 마테호른.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쳐스’로고로 등장하여 익히 이미지가 알려져 있는 산(실지 그 산은 미국에 있다고 함) 역시, 스위스 최초인 전기 산악열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갔다. 달렸다고 하지만 느긋한 속도는 알프스의 소나무와 낙엽송, 드넓게 펼쳐진 설원을 즐길 수 있었고, 정상 가까이 갈수록 기차가 굽어가는 각도에 따라 마테호른의 기이한 형상을 천천히 다 볼 수 있었다.



이런 산악 교통편을 이용하여 이동하면서, 웅장한 산과 지상의 윤택한 초지와 더불어 가파른 계곡으로 스키를 타거나 등정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순간순간 놀라운 즐거움도 있었지만, 너무 쉽게 편안하게 접근했던 것들이 때론 허탈했다. 그 비해 직접 4시간 정도 걸었던 피르스트의 하이킹은 스스로의 감동이었다. 알프스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체험이었다. 새소리, 어디선가 흘러가는 맑은 물소리, 스쳐가는 침엽수의 수향, 초록빛 구릉에 펼쳐진 집과 그 집들이 이어져 있는 아름다운 선들. 요들송보다 더 맑게 울려 퍼지던 워낭소리. 해발 2000미터 이상에서 시작된 이 하이킹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산악마을의 정경을 누벼보는 기회였다. 온 몸이 ‘목가적’인 것과 하나가 되는 즐거운 길이었다.







스위스에서 ‘탈 것’의 온갖 것을 다 타 보았지만, 직접 걸어서 이동한 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었다.

빙하특급열차를 타고 8시간을 달려 도착한 쿠어의 바드라가츠에서도 그랬다. 그곳은 온천으로도 유명하고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마을 마이언펠트가 있다. 숲속 한 가운데 있었던 바드라가츠의 호텔에서 이른 아침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한쪽으로 이어지는 골프장 길을 따라 동네를 한 바퀴 내달렸던 기분은 참으로 상쾌했다. 그 호텔 사우나를 이용했던 일행이 그곳에서 만난 이들이 남녀할 것 없이 홀가당 다 벗고 있어서 엄청 놀랬다고 즐거운 기염을 토했던 만큼. 나 또한 현지인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들판을 한번 달리고 싶었던 욕심을 기필코 채우고 나니, 비로소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동화 속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았던 조용한 산간마을은. 포도밭 경작지와 목축지의 능선, 마을과 오솔길, 파란 하늘과 구름, 나무가 어우러진 평화롭고 정취가 있는 오래된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두어 시간의 고즈넉한 산책길은 하이디가 마련해 둔 선물이었다. 저 높은 고도 알프스 주위를 맴돌다 비로소 땅을 밟은 기분이 들었던 마이언펠트를 끝으로...
동화 속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았던 조용한 산간마을은. 포도밭 경작지와 목축지의 능선, 마을과 오솔길, 파란 하늘과 구름, 나무가 어우러진 평화롭고 정취가 있는 오래된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두어 시간의 고즈넉한 산책길은 하이디가 마련해 둔 선물이었다. 저 높은 고도 알프스 주위를 맴돌다 비로소 땅을 밟은 기분이 들었던 마이언펠트를 끝으로...




루체른 그리고 취리히
로 행했다. 알프스를 벗어나 도심으로 가는 길이었고 일정이 끝나는 지점이었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목가적인 풍경들이 아쉬웠지만. 마음은 집으로 갈 때처럼 평안하고 느긋해졌다. 그리고 자못 궁금했다.
루체른이 세계적인 음악축제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리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도시는 과연 어떤 면모를 하고 있을까 기대되었다. 축제가 되면 인구 8만인 도시가 12만의 외지인들이 모인다고 하지만,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거리에는 온통 관광객들이었다. 광장과 거리 주변 시가지를 오고가는 여행객들은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큰 소리로 떠드는 무리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이방인들의 도시 같았다. 하지만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기운이랄까. 루체른은 그런 들뜸과 소란을 다 소화해 내는 것처럼 보였다.
도심 앞의 루체른 호수에서도 저 멀리 알프스의 리기산이 보였다. 호수와 만년설이 겹쳐지는 이 풍광은 이 나라만의 특별한 자연 조건처럼 보인다. 호수의 수면에 반짝이는 햇살과 녹지 않는 눈이 햇살에 반짝이는 묘한 대조. 그리고 호수의 물안개와 설산을 감도는 구름들이 시시각각 만들어 내는 변화무쌍함. 예기치 않았지만, 루체른에서도 이 풍경 앞에 놓인다. 무심히 호수를 바라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시가지의 옛 기차역과 그 옆으로는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리는 현대식 건축물 ‘kkl'이 보인다. 그리고 강 위를 가로 지르고 있는 14세기의 목조 다리 카펠교. 17세기의 긴 첨탑 두개가 뽀족하게 올라가 있는 호프 교회. 스위스의 용감한 용병을 기리고 있는 ‘빈사의 사자상’과 더불어 거리는 그 자체가 예술적으로 조합되어 있다.
루체른이 세계적인 음악축제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리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도시는 과연 어떤 면모를 하고 있을까 기대되었다. 축제가 되면 인구 8만인 도시가 12만의 외지인들이 모인다고 하지만,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거리에는 온통 관광객들이었다. 광장과 거리 주변 시가지를 오고가는 여행객들은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큰 소리로 떠드는 무리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이방인들의 도시 같았다. 하지만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기운이랄까. 루체른은 그런 들뜸과 소란을 다 소화해 내는 것처럼 보였다.
도심 앞의 루체른 호수에서도 저 멀리 알프스의 리기산이 보였다. 호수와 만년설이 겹쳐지는 이 풍광은 이 나라만의 특별한 자연 조건처럼 보인다. 호수의 수면에 반짝이는 햇살과 녹지 않는 눈이 햇살에 반짝이는 묘한 대조. 그리고 호수의 물안개와 설산을 감도는 구름들이 시시각각 만들어 내는 변화무쌍함. 예기치 않았지만, 루체른에서도 이 풍경 앞에 놓인다. 무심히 호수를 바라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시가지의 옛 기차역과 그 옆으로는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리는 현대식 건축물 ‘kkl'이 보인다. 그리고 강 위를 가로 지르고 있는 14세기의 목조 다리 카펠교. 17세기의 긴 첨탑 두개가 뽀족하게 올라가 있는 호프 교회. 스위스의 용감한 용병을 기리고 있는 ‘빈사의 사자상’과 더불어 거리는 그 자체가 예술적으로 조합되어 있다.



과거 스위스도 척박하고 가난한 나라였다. 국토의 대부분은 높고 험준한 산으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유럽의 강대국에 끼여 있었던 약소국이었다. 18세기에는 스위스 청년들은 생존의 방편으로 남의 나라 전쟁터에 용병으로, 여인들은 유럽의 가정부으로 팔려갔다. 그걸 잊지 말자는 의미인지 루체른의 성벽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끝까지 지키다 모두 전사한 스위스 용병을 상징한 조각이 있다. 용맹과 책임을 다하고 죽어가는 사자를 비유한 ‘빈사의 사자’상. 그들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바티칸’을 지키는 용병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중 이 나라 정부가 국민에게 기초생활비 3백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과는 국민이 돈을 안 받겠다는 쪽으로 부결되었다. 참으로 별나라 같은 이야기지만, 필요 이상의 복지를 거부하는 국민적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스위스는 우리의 수준과 저력이 이 정도라고, 슬그머니 유세한 꼴이다. 돈들이지 않고 ‘스위스는 잘났다’라고 떠벌린 광고가 되고 말았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중 이 나라 정부가 국민에게 기초생활비 3백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과는 국민이 돈을 안 받겠다는 쪽으로 부결되었다. 참으로 별나라 같은 이야기지만, 필요 이상의 복지를 거부하는 국민적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스위스는 우리의 수준과 저력이 이 정도라고, 슬그머니 유세한 꼴이다. 돈들이지 않고 ‘스위스는 잘났다’라고 떠벌린 광고가 되고 말았다.



같은 지구 위에 발을 디디고 살지만, 10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내 나라를 벗어나면 이렇게 풍요롭게 잘 사는 나라도 있고, 반면 참으로 열악하고 가난한 나라도 많다. 과연 그 어떤 차이로, 노력으로 스위스는 이처럼 부유한 나라가 되었을까. 안정적인 정치와 문화를 이루어 냈을까. 정말 잘 산다는 수준은 이런 것일까. 10여일의 스위스 여행은 그야말로 윤택하고 좋은 것만 본 특이한? 여행이었지만, 종국에서는 이런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잘 산다는게 어떤 것인지, 무엇인지 종내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마치 ‘빨강’을 발견했을 때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