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역사의 묘한 대조 ... 엘 에스꼬리알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1

  • 조회수 :

    580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의 북쪽에는 아름다운 마을 엘 에스꼬리알(El Escorial)이란 곳이 있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엘 에스꼬리알엔 스페인 전성기를 상징하는 산 로렌소 수도원과 프랑코 총통의 지시로 만든 ‘전몰자의 계곡’이라는 두 개의 명소가 있다.
산 로렌소 수도원은 16세기, 펠리페 2세가 성 로렌소의 순교를 기념하기 위해 지었다. 수도원과 궁정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산 로렌소는 우선 규모가 기가 질릴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 길이만 해도 남북이 207m, 동서가 161m나 된다. 그 안에는 16개의 안뜰, 89개의 분수, 3개의 예배당, 1800개의 문, 2700개의 창문, 86개의 계단, 300개에 이르는 방, 열거하기도 힘든 역대 왕들의 소장품들이 있다.
최고의 번영기를 구가하던 당대 스페인의 국력을 한눈에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수도원에서 나와 산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차를 달리면 ‘전몰자의 계곡’이 나온다. 스페인 내전(1936-1939) 때 희생된 수많은 무명 용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높이 150m의 십자가이다. 높은 암벽을 따라 놓인 트램을 타고 십자가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면 세계 최대로 인정받고 있는 십자가의 엄청난 크기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참으로 묘한 것은 펠리페2세가 만든 산 로렌소 수도원과 프랑코 총통이 세운 ‘전몰자의 계곡’이 왜 같은 알 에스꼬리알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펠리페2세는 스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너무나도 유명한 ‘무적함대’를 앞세워 스페인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지게 하였고, 전형적인 르네상스 군주로 예술 보호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반면 프랑코는 스페인 내전이 끝난 1940년에 군사쿠테타로 집권한 전형적인 독재자다. 1975년 사망할때까지 36년간 철권 통치를 휘두르며 수많은 국민들을 고통속에 빠뜨린 인물이 프랑코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많은 존경을 받는 펠리페2세와 가장 많은 증오를 받는 프랑코가 엘 에스꼬리알에서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이 묘한 대조앞에서 여행자들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필경 정통성이 없는 프랑코가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인 펠리페2세의 곁에 ‘전몰자의 묘’를 만듦으로써 국민들에게 자신의 위대성을 내세우고 싶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지만 그만이 알뿐이다.
그래도 이제는 이 두 곳이 스페인에게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려주는 명소가 되어 버렸으니 역사는 역시 모를 일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