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뜻밖의 에피소드가 주는 즐거움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17.02.10

  • 조회수 :

    550



  여행지와 여행지 사이를 잇는 길은 그 자체로 여행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지루할 때도 적지 않다. 지난 무이산 토루 여행 일정 중에서 무이산-하문 구간의 이동이 그랬다. 고속열차로 3시간 정도 이동하는 코스였는데 중국의 신식 고속열차 구경은 잠깐이고 내내 바라봐야 할 창밖의 풍경이 아쉽게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 인솔자인 나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아직 두 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많이 지루하진 않으실까? 조명이라도 어둡게 꺼주면 푹 주무시기라도 할 텐데….’ 속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나에게 웬 중국 남학생 한 명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패스풋’ 넘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패스풋이라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패스포트밖에 없는데 역무원도 공안도 아닌 사람이 패스포트 넘버를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 황당했다. 그래서 ‘지금 내 패스포트 넘버를 알려 달라는 거냐?’고 몇 번이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영어를 잘 못하는 그 학생은 시종일관 패스풋, 패스풋만 외쳤고 자기 핸드폰을 내밀며 입력하라는 모션을 수차례 취하기도 했다. 혹시나 폰넘버가 아닌가 싶어서 도끼병 환자(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공주병)라는 오해를 받을 걸 각오하고 용기 내어 ‘혹시 패스포트가 아니라 폰넘버 말하는 거니?’라고 묻기도 했지만 그는 연신 패스풋만 외치며 나를 재촉했다.

난처함이 점점 커져가던 그때 뒤쪽에 앉아있던 중국 현지 가이드가 구세주로 등장했다. 중국어로 그 학생과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하시는 말씀. ‘얘가 페이스북 알려달라는데요?’ 그랬다. 그가 중국식 억양으로 수차례 외쳤던 패스풋은 ‘passport’가 아니라 ‘facebook’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간 나는 ‘sorry’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 되는듯했으나 손님들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살짝 잠들락 말락 하셨던 분들까지 전부 깨어나서 한마음 한뜻으로 인솔자 놀리기에 합류하셨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아까 남학생이 말을 걸때는 조금도 빨개지지 않았던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때는 마냥 쑥스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소소한 사건으로 잠깐이라도 모두가 즐거웠으니 신입 인솔자로서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은 이렇게 소식지 소재로까지 쓰고 있으니 일석이조도 아니고 일석삼조가 아닌가. 이러니 다음 인솔에는 또 어떤 황당하고 즐거운 에피소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을 품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