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그 날 밤은 뜨거웠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1

  • 조회수 :

    298

 
한 때 공연 관람시 한국 그룹이 객석 맨 앞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별 다른 호응도 없거니와 지루하다 싶으면 공연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버려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주최측에서 가운데 자리 배정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경력이 쌓이고, 여행층이 점차 젊어지면서 이런 현상에 변화가 일고 있다. 열정적인 쇼를 별 감흥 없이 관람하는 대다수의 일본 관광객들에 비해 한국 관광객들은 이제 축제나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젊은층들이 대거 참여한 터키 여행에서도 그 면모가 유감 없이 드러났다.
기기묘묘한 별(?세계가 펼쳐지는 카파도키아가 잠들기 시작할 무렵, 어느 한 동굴에서 오리엔탈 나이트 쇼가 시작되었다. 하얀 치마를 입은 춤꾼이 끝도 없이 빙빙 도는 세마춤부터 우리에게도 익숙한 벨리 댄스까지 터키 각 지방의 민속춤이 연속으로 펼쳐졌다.
신명나는 음악과 박수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공연 막판, 공연자들은 손님들의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쇼의 중심으로 불러들였다. 놀랍게도 이중에서도 단연 돋보인 것은 우리 일행들이었다. 단 한순간의 주저함 없이 무대로 나아가 분위기를 한껏 돋군 한 남자분은 일행뿐만 아니라 수 백 명의 관람객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다른 분들 또한 자연스럽게 현지인, 외국인과 어울려 흥겨운 춤사위를 가졌다. 그러자 공연 주최측에서 조용히 나에게 와서 “이런 신나는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줘 고맙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쇼는 끝났지만 우리들의 축제는 밤늦게까지 계속 됐다.
스쳐 지나기 쉬운 타문화에 대해 ‘관람’이 아닌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들은 진정 ‘즐길 줄 아는 한국인‘ 이었다. 이제 많은 나라를 단시간에 훑었던 주마간산식 여행이 점차 사라지고, 현지인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이른바 심도 깊은 여행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