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는 백두대간을 넘어 영남지역으로 들어가는 최초의 길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이 길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고 망국의 한을 안고 마의태자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문경새재가 뚫린 뒤 잊혀진 길, 뒷길이 되고 말았다.
하늘재는 충북 수안보의 미륵대원지에서 시작되어 문경 관음리까지 이어지는 3.5km 남짓한 구간으로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붓한 오솔길을 따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다보면 어렵사리 문경 관음리에 도착한다. 문향십리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내성천을 건너 삼강나루터로 들어오는 나그네, 보부상, 시인묵객들의 안식처 역할을 했던 우리나라의 마지막 주막이었다. 2006년 마지막 주모였던 유옥연 할머니가 세상을 등진 후 방치되어 오던 것을 최근에 새롭게 단장하여 공개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재개발은 유서 깊은 주막을 행락지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도 옛 정취를 생각하며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내성천이 360도 휘감아 도는 물돌이 마을이다. 봄에는 유채꽃과 빨간 개양귀비꽃이 마을을 수놓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회룡포 마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발품을 팔아 장안사 쪽의 전망대까지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서 보는 회룡포 마을은 감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수서원은 항상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임금이 사림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이니 소수서원부터 사림문화가 급속히 번성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서원의 전형적인 공간배치는 공부하는 공간인 강학영역과 제를 올리는 공간인 제향영역으로 구분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이들 공간을 천천히 돌아보며 서원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구해본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 것일까? 영주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에 서면 21세기 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런 다리가 남아있나 눈을 의심하게 된다.
길이 150m, 폭 30cm의 에 불과한 이 외나무다리는 지난 350년 동안 내성천과 영주천이 합수하면서 휘돌아 도는 무섬마을의 통로역할을 했다. 다리 주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도 운치가 있고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순간은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섬마을에는 외나무다리 말고도 반남박씨와 예안김씨의 고택들이 즐비하여 옛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영주에 부석사가 있다면 안동에는 봉정사가 있다. 영국 여왕이 방문하여 극찬을 아끼지 않던 사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의 단아함이 감탄스럽고, 대사찰임에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봉정사 오르는 길에 만나는 퇴계 이황의 명옥대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봉정사 전체는 UNESCO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소수서원에서 서원에 관해 상세히 살펴보았으니 병산서원은 주변 자연환경과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건축물에 초점을 두고 돌아본다. 류성룡을 모시는 병산서원은 ‘자연과 결합된 건축’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최고봉이다. 만대루가 특히 그렇다. 거대한 몸집과 육중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으나 결코 위압적이지 않고 뒷산 자락에 겸허히 안긴 모습이다. 주 강당인 입교당에서 보는 경관 또한 기가 막히다. 병산서원을 나오면 앞쪽의 백사장까지 돌아본다.

  안동 상아동의 낙동강 위에 걸쳐진 목책다리다. 총 길이는 38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다. 이 지역에 살던 이응태부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모티브로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월영교에 밤이 오면 분수와 멋진 조명, 그리고 물 위에 떠있는 조형물들이 무척이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도 밤에 이 다리를 건너볼 예정이다.

  일제 강점기에 전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냈던 이상룡 가문은 선생과 그의 아들, 손자 등 3대에 걸쳐 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임청각은 반으로 나뉘어져 집 가운데에 철도가 놓인 이상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제가 이상룡 선생에 대한 보복으로 임청각을 반으로 갈라 중간에 철길을 놓은 것이다. 잠시 임청각에 들러 이상룡 선생을 추모하고 떠나도록 한다.

•  만휴정

   연산군의 폭정이 이어지자 스스로 관직을 버리고 낙향한 김계행이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건립한 정자다. 만휴정으로 들어가려면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바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이병헌과 김태리가 만나 ‘우리 합니다. 러브.’라고 고백을 하던 장면이 찍힌 곳이다. 우리도 만휴정에서 휴식을 취하며 러브한 시간을 갖는다.

   경주 최부자집과 더불어 영남의 2대 부자로 손꼽히는 청송 심부자집이다. 조선 영조 때 심처대가 만석꾼의 부를 이룬 이후 9대에 걸쳐 만석꾼의 가업을 지켜왔다고 하는데, 이 저택은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에 지은 것이다. 99칸 만석꾼의 저택답게 사랑채와 안채, 별당 등의 구조가 확연한 조선말기 상류주택의 전형을 보여준다. 송소고택이 있는 덕천마을에는 이외에도 청송 초전댁, 송정고택, 찰방공종택, 창실고택 등 마을 전체가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인위적이고 관광지화된 한옥마을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 있는 마을이다.

   큰 산은 아니지만 아름답기로 따진다면 주왕산만한 곳이 없다. 작은 몸집을 가지고도 기암괴석과 옥류가 흐르는 계곡, 폭포, 현란한 단풍까지 명산이 가져야 할 것은 다 가지고 있다. 더구나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두어 시간의 산책길에 이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왕복 5.8km에 이르는 평탄한 길을 걸으며 기암교, 망월대, 학소대, 용추폭포, 절구폭포 등을 두루 돌아본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화산암으로 형성된 산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  영덕 해맞이 공원과 블루로드 B코스 트레킹

   이 여행의 마지막은 짙푸른 동해바다에서 보낸다. 영덕의 해맞이 공원부터 시작되는 둘레길 블루로드 B코스는 절경의 연속이다. 바닷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담한 항구와 기암이 가득한 해변이 연달아 나타나고 중간에는 예쁜 카페도 있어 발걸음을 쉬어갈 수도 있다. 트레킹은 약 2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나 개별적으로 걷는 거리와 시간을 선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