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는 수많은 절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천은사를 찾는 이유는 가벼운 숲길 산책으로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천은사 뒤편으로 이어지는 상생의 길 산책로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숲의 맑은 정기를 호흡할 수 있다. 약 40분 정도의 산책길이다.

  승보사찰 송광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워낙 유명한 절이기에 굳이 부연설명도 필요 없어 보인다. 이미 한번 이상은 다녀온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 송광사를 삽입한 이유는 단 하나다. 다시 보고, 또 봐도 좋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대 사찰로 불릴 만큼 큰 사찰임에도 언제나 차분한 분위기, 경내에 흐르는 맑은 계류, 맞배지붕과 팔작지붕이 어우러진 가람 배치 등이 송광사의 매력이다.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때 토성으로 쌓았다가 세종 때 석벽으로 교체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임경업 장군이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쌓았다. 성벽의 길이 1,406m, 높이 3~5m이며, 3개의 성문과 옹성이 있다. 제 3일 순천 - 여수 UNESCO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읍성 안의 주민들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동헌과 옥사 등 관공서 기능을 했던 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초가집이다. 안동의 하회마을이 양반동네인데 비해 낙안읍성은 관청의 아전이나 서민들이 살던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 꾸며놓은 면은 있지만 전통주거방식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 낙안읍성은 농촌지역에 살던 여행객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시킬 것이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배경지가 벌교에 많이 남아있다. 태백산맥이 1,000만부라는 기록적인 판매부수를 자랑하자 벌교읍에서도 발 빠르게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조성했다. 실제 벌교에는 일제 강점기의 적산가옥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우리도 가볍게 문학거리를 돌아보고 완벽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보성여관(남도여관)에 들어가 본다. 그리고 현부자집과 소화의 집도 둘러본다.

  전국에 있는 드라마 촬영세트장 중 가장 완벽한 곳으로 필수 방문코스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추억이 깃든 도시의 모습이 재현되어 방문 내내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과거 서울 봉천동 달동네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세트장은 너무나 사실적인 세트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만든다. 이곳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인데, 대표적으로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빛과 그림자, 감격시대 등이 있다.

  여수의 지산공원에서 돌산공원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다. 여수 앞바다와 시내의 모습을 감상하며 바다 위를 가로질러 운행한다.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특히 해질녘에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노을이 번지는 바다를 건너갔다가 돌아올 때는 화려한 조명을 밝힌 이순신대교 등 여수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이 시간대를 이용하여 탑승할 예정이다.

  경상남도 하동으로 넘어가 먼저 한산사 전망대에 오른다. 발아래 악양벌판이 감격적으로 펼쳐지는 곳이다.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넓고 너른 벌판에 벼가 익어갈 때면 황금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농사짓는 벌판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음엔 그 벌판 사이를 걸어볼 차례다. 벌판 한가운데 두 그루의 소나무가 운치 있게, 그리고 다정하게 서있다. 그래서 이름도 ‘부부송(夫婦松)’이다.

  위에서 본 악양벌판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무대다. KBS 대하드라마 ‘토지’도 실제 장소인 이곳에 세트장을 만들고 촬영되었는데, 제일 중요한 최참판댁을 필두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는 집과 마을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소설을 읽었거나 드라마를 본 여행자는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특히 최참판댁은 이후로도 수십 편에 달하는 사극의 단골촬영지가 되었는데 토착지주 가문의 가옥구조 그대로 건축되어 흥미를 더한다. 세트장을 보고나면 바로 옆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을 방문한다. 매우 알차고 짜임새 있게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