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일  바쿠 - 머드 볼카노 - 고부스탄

 오늘은 하루 종일 바쿠 시내와 인근의 명소들을 찾아 나섭니다. 오일달러를 앞세워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이지만 긴 역사만큼이나 고풍스런 흔적들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오후에는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화산에 올라 머드 볼카노를 방문한 후 선사시대의 암각화로 유명한 고부스탄 지역을 돌아봅니다.

•  바쿠

 코카서스 3국에서 가장 큰 도시로 인구는 170만 명을 헤아리고 있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후 인접한 카스피 해에서 솟아나는 석 유를 바탕으로 무척 빠르게 발전하여 번화한 도시이며, 과거에는 실크로드 무역의 거점도시였고, 이슬람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바쿠는 페르시아어로 ‘바람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카스피 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한 곳이다. 또한 빈부의 격차가 심하여 관광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이카리 샤하르

 현대적인 건물들이 도시를 메워나가고 있는 바쿠이지만 아직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시가지가 있으니 바로 이카리 샤하르다. 미로같이 좁은 길들이 이어지고 길을 잘못 들면 막다른 골목이 앞을 가로 막는 곳이다.
난감한 것은 바쿠 시내 어디에서도 지도를 구할 수 없다는 것. 그저 감에 의존해 걸어 다닐 수밖에 없다. 시내를 걷다보면 옛 시장의 흔적도 만나게 되고 낡은 모스크와 허름한 집들을 만날 수 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시간이 될 것이다.

메이든 타워

 이카리 샤하르 지역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성벽의 타워로 ‘처녀의 망루’라고 불린다. 28m의 높이에 무려 5m에 이르는 두께를 가진 성벽으로 12세기에 건축되었다.
8층의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면 바쿠 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여행자들이 반드시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슈르반샤 왕의 궁전 

 12세기 슈르반샤 왕조의 수도였던 샤마카가 지진으로 황폐화되자 도읍지를 바쿠로 옮기면서 이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의 모습으로 완공된 것은 15세기경이다.
아치와 돔을 적절히 배치하여 만든 아름다운 건축기술은 중세 이슬람 건축기법의 높은 수준을 짐작케 한다. 궁전 내부에는 터키탕과 왕의 집무실, 법정 등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간혹 보이는 모자이크도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아타샤하 신전

 기독교 문명 이전의 코카서스 지방은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아 조로아스터교(배화교)가 크게 성행했었다. 그 흔적이 바쿠 외곽에 있는 아타샤하 신전이다. 규모는 작지만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불을 성스럽게 모셔 놓은 모습을 보면서 조로아스터교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머드 볼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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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쿠 인근에는 신기한 진흙 화산지역이 몇 군데 있다. 지구 땅속에서 흘러나온 진흙이 뻘을 이루고 간혹 부글부글 끓기도 하는 곳이다.
머드 볼카노에 올라 진흙으로 온몸 마사지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지형이 관심을 끄는 곳이다.

•  고부스탄 암각화

 바쿠 남쪽 65㎞ 지점에 있는 고부스탄은 2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새겨 놓은 암각화로 유명하다.
주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새겨 놓은 암각이 많은데, 아직까지 당 시대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드디어 바쿠시내를 벗어나 본격적인 코카서스 지방의 참 매력을 찾아 대장정에 오르게 됩니다. 오늘 이동하게 될 구간은 아제르바이잔의 초원과 목가적인 자연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구간입니다. 거기에 마라자, 쉐마카 등 특별한 유적들이 우리를 즐겁게 만들 것입니다.
저녁에는 먼 옛날 실크로드 대상들의 숙소였던 카라반사라이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냅니다.

• 마라자 - 디리 바바 마우솔레움 

 바쿠에서 북쪽으로 달리다보면 마라자라는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 마을 외곽의 바위산 밑에 이란의 위대한 이슬람 성자(聖者)였던 디리 바바의 무덤이 있다.
디리 바바는 이슬람의 신비주의 교단인 수피파의 성자로서 14세기에 그가 행한 기행과 언행들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남아있어 ‘살아있는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17세기부터 이곳이 디리 바바의 무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무덤은 큰 바위에 구멍을 뚫어 만든 모스크 형식이며, 주변 환경과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쉐마카 - 예띠 굼바즈 

 쉐마카는 중세시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였다. 12세기에 이 지역에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 더 이상 수도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되자 슈르반샤 왕조는 서둘러 도읍을 바쿠로 옮기게 된다. 따라서 현재 옛 왕조의 영광을 추측할 만한 유적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역대 슈르반샤 왕들의 무덤은 고스란히 남아서 쓸쓸한 정취를 전해주고 있으니 바로 예띠 굼바즈다. 7기의 돔형 무덤과 곳곳에 산재한 오래된 묘비석들이 주는 느낌이 색다르다.

• 쉐키

쉐키 칸의 여름궁전

 쉐키에서 반드시 봐야할 곳이다. 쉐키가 독립왕국을 이루고 있던 시절에 건설된 이 궁전은 정교한 축성술과 아름다운 정원이 볼 만하다. 궁전의 내부와 정원 어디에서나 코카서스 산맥과 숲에 둘러싸인 마을의 모습이 보이게끔 설계되어 있다.
전망을 중시하다보니 난방에 문제가 있어 주로 여름에만 사용했던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카라반사라이

 쉐키는 중국과의 실크로드 교역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코카서스 지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역할을 했던 만큼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대상들의 숙소가 바로 쉐키의 카라반사라이다.
지금은 대상들 대신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묵어가고 식사를 하는 호텔로 개조되어 운영되고 있다.
대상들이 물고 온 각 지역의 생생한 정보들과 여행 중 일어났던 여러 무용담들을 나누며 밤늦도록 시끌벅적했을 과거를 생각하며… 우리도 하룻밤을 보낸다.

 오늘은 전체 일정 중 최고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다비드 가레자 동굴수도원 지역을 찾아가는 날입니다. 경이로운 수도사들의 세계를 엿보며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  다비드 가레자 동굴 수도원 

 이 경이로운 세상을 찾아가려면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려가야 한다. 이런 오지에 그 유명한 수도원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지만 속세와 떨어져 사는 수도사들의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니 이 정도의 수고는 달게 감수할 수 있다.
6세기 경에 세워진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은 총 19개의 독립된 수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벽을 뚫어 만든 수백 개의 동굴사원들이 수도사들의 수행처로 사용되었으며, 또 지금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여러 개의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군 중에서도 6세기에 창시된 라브라(lavra) 수도원은 숨을 죽이게 하는 고요함에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내부는 철저히 입장이 제한된다. 아직도 수도사들이 기거하는 곳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이 동굴수도원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그루지야 여행길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현재 이 수도원들은 UNESCO 문화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 우플리스치케

 그루지야가 자랑하는 고대 유적지로 ‘신들의 요새’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거대한 암석을 깎아 만든 동굴 집들은 BC 1,000년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아마도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그루지야 최초의 도시 정착민들이었을 것이다. 이후 BC 7세기부터 AD 3세기까지 약 1,000년간 이 동굴도시가 카르트리 고대왕국의 중심지로 번영했다.
하지만 4세기 경 기독교가 전파된 이후 그루지야의 중심지는 인근의 므츠헤타로 이동, 8-9세기의 아랍침략, 그리고 14세기의 몽골 침략 등으로 이 동굴도시는 점차 황폐해졌다.
위와 같은 역사와는 아랑곳없이 여행자의 관점에서 볼 때 우플리스치케는 참으로 신기하고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마치 공상영화에서나 나올 분위기 때문에 한동안 머물고 싶어질 것이다.

•  고리

 고리 마을을 방문하는 목적은 단 한가지다. 스탈린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또한 스탈린의 생가에 지어진 스탈린 박물관을 견학할 예정이다.

•  그루지야 군용도로

 그루지야의 군용도로는 한 때 실크로드의 한 축으로서 대상들이 오가던 길이었다.
이 길이 오늘날처럼 확장된 것은 1799년 제정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합병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 길은 그루지야와 러시아를 잇는 대동맥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길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정치적, 군사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있다. 코카서스 산맥을 관통하는 절벽 길 양편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비경이 연이어 나타난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 너무나 멋진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들은 일단 이 도로를 타고 구다우리라고 하는 스키 리조트를 지나 투숙 호텔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그리곤 내일 다시 군용도로의 정수를 맛보며 카즈베기까지 갔다가 같은 길을 다시 되짚어 내려올 예정이다.  

 

•  아흐파트 수도원 & 사나힌 사원군

 아르메니아 북부의 로리 지방, 이 깊은 협곡에 지어진 아흐파트 수도원은 UNESCO가 인정하는 최고의 걸작품이다. 9세기에 건축된 이후 12세기에 셀주크, 13세기에 몽고군의 침입으로 훼손되기도 했으나 13세기에 다시 복구되었다.
이 수도원은 아르메니아 종교건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으며, 비잔틴 사원양식과 코카서스 지방의 토속적인 사원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발전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흐파트 수도원은 아르메니아의 예술과 교육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곳이다. 수세기 동안 역사적인 문서와 벽화들이 이 수도원의 사자실(寫字室)에서 제작되었고, 아르메니아 고유문자가 교육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곳곳에 조각된 돌십자가들도 ‘아르메니아의 성십자가’로 불릴 만큼 예술성이 뛰어나다.
아흐파트 수도원 군락 인근에 있는 사나힌 수도원 군락도 역시 UNESCO 유산으로서 여러 개의 성당과 신학교, 도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적, 예술적 성격은 아흐파트 수도원과 같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사나힌 수도원이 더 낭만적이다.
아흐파트와 사나힌 수도원의 낡은 지붕과 이끼가 잔뜩 낀 사원의 돌 벽 사이를 산책하다보면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시간을 잊을 것이다.

•  딜리잔 마을

 ‘아르메니아의 스위스’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마을이다. 숲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주변 분위기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 시가지를 천천히 산책하면서 갤러리들과 기념품 가게, 오래된 가옥 등을 둘러본다.

•  세반 호수

 아르메니아의 진주라 불리는 세반호수는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해발 1,900m에 위치한,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다.
한여름에는 피크닉을 나온 현지인들로 인해 무척 붐비는 곳이지만 가을에 찾아가면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가슴에 매력적으로 스며드는 곳이다. 특히 로맨틱한 분위기의 세바느반크 성당 주변은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줄기며 사색에 잠기기 좋을 것이다.
우리들 또한 성당 주변에서 산책을 즐긴 후 호반에서 고요한 저녁시간을 맞이하고 숙소에 든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아침입니다. 호반에서의 한가한 아침을 보낸 후 아르메니아의 핵심지역인 에치미아진을 경유하여 예레반에 입성합니다. 오늘도 역사와 문화의 향기에 흠뻑 빠져드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 에치미아진

 에치미아진은 아르메니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비교적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다. 이 도시가 아르메니아인들에게는 너무나 크고 성스러운 의미가 있다. 세계 최초로 가톨릭을 국교로 인정한 지역이며 세계 최초의 성당이 건립된 곳이기에 그렇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313년)으로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인 303년, 이 지역의 왕이었던 티리다테 3세가 기독교로 개종하고 대성당을 세움으로써 세계 최초의 기독교 도시로 선포되었다. 현재도 ‘아르메니아의 바티칸’으로 불리고 있다.

대성당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Holy Mother of God church’라고도 불리며 301-303년 사이에 건축되었다. 가톨릭의 성인이었던 성 그레고리가 당시 왕이었던 티리다테 3세를 개종시키고 건립한 것인데, 이후 몇 차례의 증축이 있었다.
중간에 조로아스터 교도들이 크게 번성하여 이 성당을 그들의 신전으로 이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르메니아 대주교가 관장하는 최고 지위의 성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성당이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중세의 보물을 많이 수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소장품의 대부분은 예레반의 마테다다란으로 옮겨져 보관중이지만 아직도 부속 보물실에는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창’과 ‘노아의 방주 배 조각’이 보관 전시되고 있다.
UNESCO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즈바노트 성당

 즈바노트란 하늘의 천사라는 뜻으로 641년부터 653년 사이에 지어졌다. 이 시기는 바티칸의 영향력 아래 있었으나 새롭게 아랍의 무슬림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시기였다.
건축가인 네르세스 3세는 이 성당과 자신의 궁전을 지으면서 기존의 건축기법을 총동원한 결정체로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바티칸의 비잔틴 양식과 그리스 양식, 아르메니아 전통양식 등을 총 결합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비록 10세기 경에 무너져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지만 당대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건축기법은 현대에도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  가르니 파간 사원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부터 가르니 계곡은 사람들이 밀집하여 살던 지역이었다. 지형상 방어하기에 적합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르니 지역에는 시대별로 여러 건축물들이 지어졌던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 중에서 압권은 파간 사원이다. 마치 그리스의 신전을 연상시키는 이 신전은 태양신인 미트라를 위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건립연대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BC 1세기 아르메니아의 왕이었던 트리다테스 1세가 로마로 가서 네로 황제를 예방한 후 경제적 지원을 받아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건물 형태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신전건축을 변형시킨 형태다. 대리석 대신 현무암이 사용되었으며 포도와 석류 장식 등 보다 더 풍부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이 그렇다.
1679년의 대지진으로 완전히 붕괴된 것을 소련정부가 복원하였다.

•  게그하드 사원

 UNESCO에 등재된 사원으로 절벽의 암벽을 깎아 만든 동굴 사원군이다. 이 거대한 동굴사원들은 4세기경부터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큰 메인 성당은 1215년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은둔과 청렴의 생활을 했던 수도사들이 당장이라도 동굴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은 경건한 분위기와 걸맞게 주변 경관이 무척이나 수려하다.
수도사들의 생활공간은 절벽 안 깊숙한 곳에 있어 어떤 방법으로 이 바위를 뚫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  가르니 계곡 주상절리 트레킹

 가르니 계곡은 세계에서 가장 큰 주상절리 지대다. 북아일랜드의 자이언트 코즈웨이와 비견할 만한 주상절리 지대와 울창한 수풀 속을 새소리와 함께 걸으면서 가르니 계곡의 시원한 전망을 즐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