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비행은 늘 힘이 듭니다. 하지만 여행가는 길입니다. 여행길에 즐겁지 않은 일이 있겠습니까? 그런 생각으로 견디다 보면 밤늦게 로마에 도착하게 됩니다. 곧바로 호텔로 이동, 피로를 풀고 본격적인 여행을 준비합니다.



 

 토스카나 여행은 계속됩니다. 오늘 여행은 구릉지인 크레타 세니지(Crete Senesi)를 드라이빙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중세의 모습을 완벽하게 간직하고 있는 시에나, 산 지미냐노, 볼테라를 답사합니다.

•  크레타 세니지      크레타 세니지는 발 도르시아와 비슷한 풍경을 갖고 있다. 발 도르시아보다 ‘구릉이 좀 더 많다’라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마치 사열하듯 구릉지대에 일렬로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과 참빗으로 곱게 가르마를 타 놓은 것 같은 흙길들... 가장 이탈리아다운 전원 풍경을 크레타 세니지는 보여준다. 크레타 세니지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던 곳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탈리아 풍경 화가들이 즐겨 찾던 무대였고, 근래에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D.H 로렌스, <양철북>으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 작가 권터 그라스 등이 이곳에서 살며 작품을 구상했다. 한 번 더 아름다운 토스카나의 전원길을 산책하면서 하루 여행을 시작한다.  •  시에나    시에나(Siena)에 들어서면 자신이 갑자기 긴 시간여행 끝에 중세에 뚝 떨어져 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만큼 시에나는 모든 것이 중세 그대로다. 시에나는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세 때 피렌체와 이 지역의 패권을 다툴 만큼 강성한 도시였다. 16세기 피렌체와의 18개월에 걸친 처절한 싸움에 패한 시에나는 그 후 철저하게 발전이 정지당했다. 하지만 이 덕에 시에나는 이탈리아에서 피렌체와 함께 중세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도시로 꼽히고 있다. 시에나는 이탈리아 특유의 중세 도시답게 산정에 요새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캄포 광장이 있다. 부채꼴 모양의 캄포 광장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종루가 있는 민중궁전, 피콜로미니 궁전, 가이아 샘, 중세 거상들의 사업장인 메르칸치아 로지아 등 고색창연한 중세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모습으로 캄포 광장은 <세게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캄포 광장 외에 시에나 두오모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완벽한 고딕 양식의 이 건축물은 1290년대 조반니 피사노가 조각한 선지자들의 조각상으로 유명한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평가된다. •  산 지미냐노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는 "아름다운 탑의 도시"라 불린다. 14개의 하늘로 치솟은 탑이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데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풍경이다. 본래 이 도시에 있는 탑은 모두 76개. 모두 13-14세기경 귀족과 상인들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었다. 현재 탑의 숫자가 많이 준 것을 제외하고는 산 지미냐노는 중세 이후의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중세의 고풍스런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산 지미냐노는 특히 중심부의 포폴로 궁전과 두오모 광장, 콜레자타 교회 등이 유명하다. 그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54m에 이르는 포폴로 궁전탑이다. 좁은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계단이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꼭 올라가보자. 이곳에 올라 산 지미냐노를 보게 되면 로마도 피렌체도 베니스도 모두 잊게 된다. 도시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듯 여행하기에는 최적의 여행지다.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반들반들해진 돌길과 아름다운 유명샵들, 그리고 길 끝에서 만나게 되는 광장 등 산 지미냐노는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도시다. 현재에 살아 있는 과거를 보고 싶다면, 그것은 산 지미냐노다.  •  볼테라  작은 도시 볼테라(Volterra)는 로마제국 이전의 에트루리아 시절에 산꼭대기에 형성된 고대도시다.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도시 이름이 날개, 난다의 의미를 가진 볼(vol)과 땅(terra)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에트루리아의 주요 본거지였던 볼테라는 로마 유적도 많지만 에트루리아 시대의 흔적이 짙다. 에트루리아는 최초로 이탈리아 반도를 지배했던 나라였지만, 기원전 80년 볼테라가 로마에 정복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는 찬란한 로마 문명의 주춧돌이 되어 도로, 광장, 수로시설 등 로마가 세계제국이 될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볼테라가 유명세를 탄 건 다름 아닌 영화 <트와일라잇>의 후속작 <뉴문>에서 뱀파이어의 본거지로 언급된 후로다. 물론 영화일 뿐 볼테라와 뱀파이어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 그러나 볼테라가 풍기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뱀파이어가 주는 으스스하고 기묘한 분위기가 묘하게 얽혀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토스카나 여행도 막바지입니다. 루카를 보고나면 리구리아해변의 아름다운 해안도시에서 편안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타 마리게리따 리구레와 포르토피노 모두 귀에 익숙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방문해보면 왜 테마세이투어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려는지 금방 아시게 될 겁니다.


•  루카 
 

 토스카나의 마지막 방문지 루카. 루카는 수수하다. 미술사에 남을 만한 예술작품도, 눈이 번쩍 뜨일만한 건축물도 없다. 모든 게 고만고만하다. 거대한 성벽을 두르고 있지만 다른 토스카나의 도시들처럼 산꼭대기의 요새 도시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평지에 있다.

역사도 그렇다. 이탈리아내의 영토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12세기부터 500년간 루카는 마치 딴 세상의 도시인 것처럼 그냥 평온하게 지냈다. 땅을 빼앗지도 않았고, 빼앗기지도 않았다. 그냥 독립적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을 뿐이다.

루카(Lucca)를 토스카나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로 삼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독자적인 문화와 평화로운 일상…. 화려하진 않지만 격조 높은 산 마르티노 대성당과 루카의 환상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귀니지 탑, 루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인 안피테아트로와 중세 모습 그대로인 골목길 등을 천천히 걷다보면 여러분들도 다른 배낭여행자들처럼 루카에서 오래토록 그냥 머물러 있고 싶어질 것이다.

특히 푸치니 팬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 주옥같은 오페라를 남긴 푸치니의 고향이 루카이기 때문이다. 루카엔 아직도 그의 생가와 동상, 그가 생전에 자주 가던 카페 등이 남아 있다.


•  산타 마리게리따 리구레
 

 친퀘테레와 제노바 등이 있는 둥근 만을 리구리아해(海) 라고 하는데 보석 같은 해변 도시들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산타 마리게리따 리구레(Santa Margherita Ligure)도 그 중 하나다. 물론 우리에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이곳을 소개하는 변변한 책자도 없고 인터넷에도 자료가 없다.
외지인들에겐 그렇지만 이탈리아인들에겐 다르다. 산타 마리게리따 리구레는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 중 하나다. 폭이 좁은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파스텔톤의 건물들과 모래 해변, 그리고 리구리아해의 파란 바다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  포르토피노
 

 소피아 로렌, 그레이스 켈리, 험프리 보가트, 리즈 테일러, 리차드 버튼, 에바 가드너, 그레타 가르보, 그리고 영화 ‘오션스 13’의 주연 배우들…. 이 탑 배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포르토피노에 별장을 갖고 있거나 이곳에서 자주 휴가를 즐기는 유명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리구리아 해안가의 작은 해변 도시 포르토피노(Portofino)는 ‘셀러브리티의 은밀한 휴양지’라고 불린다.

포르토피노와 관련된 유명 인사들은 이들 외에도 부지기수다. 얼마 전에 물러난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별장도 이곳에 있고, 명품 패션 브랜드로 유명한 돌체앤가바나의 거대한 별장도 이곳 해안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록스타인 로드 스튜어드의 비밀 결혼식도 포르토피노에서 열렸고,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동료였던 세계적인 축구 스타 웨인 루니의 100억짜리 결혼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이 때문에 포르토피노는 파파라치의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그레타 가르보의 벗은 몸이 몰래 촬영된 곳도 바로 이곳, 포르토피노다. 

왜 이 유명 인사들이 이 작은 항구도시인 포르토피노로 몰려들까? 그건 가보면 안다. ‘정말 이런 곳도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포르토피노에 펼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알프스를 갖고 있는 나라 이탈리아. 오늘은 드디어 이탈리아 알프스로 가는 날입니다. 그 핵심은 돌로미테 국립공원입니다. 오늘 일정은 돌로미테의 거점 도시 볼차노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아름다운 산간마을을 산책하는 것입니다.


•  볼차노
 


 이탈리아 북부 여행의 대명사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돌로미테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들러야 할 도시가 볼차노(Bolzano)다. 사방이 알프스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분지에 포근히 자리한 볼차노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조사에서 늘 최상위권에 위치할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원래 이 지역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다가 1차대전 후 이탈리아로 편입됐다. 즉, 남티롤 지역의 중심지가 볼차노인 것이다. 그래서 볼차노는 자유분방한 이탈리아와 보다 엄격한 오스트리아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도심에선 이탈리아어보다 오히려 독일어가 더 많이 들려오는 등 지금까지 거쳐온 이탈리아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볼차노 시내는 뒤로 미뤄두고 우리의 주목적인 돌로미테를 보기 위해 우선 케이블카를 타고 인근의 알프스에 오른다. 그리고 산악 열차를 타고 그림 같은 산간마을을 1-2시간 동안 가볍게 도는 것으로 돌로미테 맛보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맛보기 정도만으로도 여행매니아라면 왜 돌로미테를 봐야 하는지를 단박에 알게 된다.



    

  광대한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 중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은 단연 돌로미테(Dolomite) 국립공원입니다. 이곳의 자연미는 200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돌로미테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편안하게, 가장 다양하게 이곳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선 그랜드 돌로미테 드라이브를 따라 가는 것이 최고입니다.
이틀간에 걸쳐 이 길을 따라 스위스 알프스보다 훨씬 더 격정적인 돌로미테의 대자연에 푹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  그랜드 돌로미테 드라이브

 돌로미테 국립공원의 전체 크기는 우리의 경기도만하다. 이 거대한 땅덩어리에 3,000m가 넘는 암봉이 18개나 솟아있고, 산자락엔 41개의 빙하가 있으며, 곳곳에 아름다운 숲과 그림 같은 산간마을이 숨어 있어 이탈리아 최고의 자연 경치로 꼽힌다.
그랜드 돌로미테 드라이브는 방대한 돌로미테 국립공원 중 가장 아름다운 지역만을 연결해 만든 산악도로다. 꼬불꼬불한 산길로 된 235km 구간을 지나는 동안 돌로미테 최고의 전망으로 꼽히는 셀라 패스, 해발 2,239m 로 가장 높은 포르도이 패스, 거친 알프스 암봉들의 전망이 일품인 팔차레고 패스 등 수많은 고개들을 넘게 된다.
또 동계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룬 이탈리아 최고의 겨울 휴양지 코르티나 담페초도 이 구간에서 만나게 되며, 마냥 여유를 부리고 싶게 하는 고원 호수 미수리나, 돌로미테의 상징적인 봉우리를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트레치메 전망대 등 정말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절경이 이어진다.
암봉이 하늘위로 거침없이 솟아 있는 돌로미테의 기막힌 풍경은 돌로마이트라는 석회암이 갖는 독특한 성질 때문. 평소에는 회색이었다가 햇빛을 받으면 분홍색을 띄는 돌로마이트는 쉽게 침식작용이 일어나면서 톱니바퀴 모양의 산과 뾰족한 암봉을 이곳저곳에 만들어 놨다.
이런 풍경으로 인하여 스위스의 알프스가 여성적이라면 돌로미테의 알프스는 훨씬 남성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암봉을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곳곳에 설치되어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것도 그랜드 돌로미테 드라이브 여행의 재미다. 다만 문제는 산악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다. 때문에 이 루트를 따라 여행하다가 날씨 사정을 보아가며 산간마을 산책과 케이블카 탑승 등을 하게 된다. 
8일째에는 또 다른 돌로미테의 아름다움을 찾아 오르티세이 마을로 이동해 숙박하게 됩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돌로미테 지역을 떠나야 하는 날입니다.
오르티세이를 떠나 도착하는 곳은 아름다운 이탈리아 최대의 호수 가르다입니다. 우리는 그 중 시르미오네에서 여유롭게 자유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시르미오네에서 점심을 먹은 후 밀라노 공항으로 이동해 귀국길에 오릅니다.  


•  시르미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