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직접 빙산을 볼 차례다. 배 출발 시간은 대략 밤 10시 경이다. 그린란드의 여름은 백야라 밤 12시나 되어야 어둑어둑해진다. 이렇듯 늦은 시간에 출항한다하여 미드나잇 크루즈다.
한낮에 보는 빙산과 이 시간에 보는 빙산은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낮 시간에는 얼음에 반사되는 햇살이 너무나도 강렬하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는 한결 누그러진 태양이 빙산을 붉고 노랗게 물들인다.
일루리사트의 앞 바다인 디스코 베이(Disko Bay)로 쏟아져 나오는 얼음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루 200만 톤이니 뉴욕시가 1년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보통 물 위로 5ｍ 이상 나와 있는 것을 빙산(iceberg)이라고 부르는데  전체 크기의 90%는 수면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그 이하짜리는 그냥 유빙이다. 큰 것들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만한 것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초대형 빙산들이 쩍쩍 쪼개지는 소리를 내며 시시각각 색상을 달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디스코 베이 미드나잇 크루즈(Disko Bay Midnight Cruise)는 그래서 그린란드 여행의 백미라고 불린다.

  빙산의 향연은 계속됩니다. 오늘은 보는 각도를 달리해 헬리콥터를 타고 위에서 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빙산을 만들어내는 모태 빙하 근처에 내려 30분 정도 걸어보는 시간도 갖습니다.
오후에는 일루리사트 뿐 아니라 그린란드 최고의 트레킹 코스인 블루 코스 트레일이 그린란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해 줍니다.

  일루리사트 부근에는 블루, 옐로, 레드로 명명된 3개의 트레일 코스가 있다. 오늘 걸을 길이 블루 코스다. 가장 유명한 트레일이다.
총 길이는 6.9km이다. 반나절 꼬박 걸린다.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아주 평평한 길이다. 힘듦? 그런 거 전혀 없다. 지루할 틈? 그런 것 역시 전혀 없다. 어마어마한 빙산과 유빙의 향연에 어리둥절해 마치 이 지구가 아닌 듯, 그야말로 천상의 길 위에 올라선 듯 그렇게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게 될 것이다.
마을을 벗어나 바위로 이루어진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올라서면 나무데크로 이루어진 산책로가 나오고, 조금 더 지나면 곧바로 모두를 압도하는 빙산과 유빙이 가득한 해안가에 도착하게 된다. 특히 이 길의 하이라이트인 서머미웃(Sermermiut)의 나무의자에 앉아 있노라면 더 이상 갈 것도 없이 여기서 하루 종일 머물러 있고 싶게 마련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너무나 유명한 빙하 지대인 요쿨살론과는 스케일이 다른, 최대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힐링의 길을 가능한 최대로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 보자. 이것만으로 그린란드에 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간혹, 숨을 쉴 때마다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고래가 이 길에서 카메오처럼 출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