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위태롭게 서있는 세 개의 탑이다. 볼품없는 모습에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앙코르 유적군 중 가장 오래된 초기의 사원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프레아코(Preah Ko) 사원의 기본 구조가 향후 건설되는 어마어마한 건축물들의 기초가 되었다. 9세기 후반 인드라바르만 1세( 877~889)가 조상들을 위해 세운 탑이라고 전해진다. 프레아코는 ‘성스러운 소’라는 뜻으로 시바 신을 모시는 사원 앞에 세 마리의 황소조각이 엎드려 있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그리 많이 찾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기도 한다.

  바콩(Bakong) 사원 역시 앙코르 유적군의 모델이 되는 사원으로 초기 사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고 기품이 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있는 독립기념탑도 바콩 사원을 본 따서 만든 것이다. 바콩사원은 크메르제국 최초의 국가사원이기에 그 상징성이 상당히 크다. 이 사원에서부터 메루산(수미산)을 형상화한 전형적인 앙코르식 건축양식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사원의 꼭대기에 올라가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바람을 맞아보자. 정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청량감을 준다.

 
앙코르 톰(Angkor Thom)은 하나의 건축물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은 하나의 독립된 도시의 형태를 띤 유적군 전체를 통칭하여 앙코르 톰이라고 부른다. 크메르 제국의 수도 유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은 훼손되어 일부가 사라지고 없지만 한 때 앙코르 톰은 도시 전체를 둘러싼 9평방km의 성벽 안에 존재하였으며, 총 5개의 출입문은 아직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크메르제국 초고 전성기였던 자야바르반 7세(1125-1218)때 건설된 이 도시 유적 안에는 왕궁과 피메나커스, 바이욘 사원, 바푸온 사원, 각종 테라스 등이 배치되어 있다. 유적의 배치 형태로 보아 아마도 종교와 정치권력이 동일시되는 신정일치 사회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앙코르 유적군 사원들은 사원을 둘러싼 해자를 만들고 물을 채워 넣었다. 이 해자는 힌두교에서 우주의 대양을 뜻하는 것으로 속세와 신의 세계, 이승과 피안의 세계를 나누는 경계역할을 한다. 현재 대부분의 사원들은 해자의 흔적만 남아있지만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은 커다란 해자를 갖고 있다. 이 중 앙코르톰의 해자에서 곤돌라를 타고 석양을 감상한다. 다소 싱거울 수도 있는 뱃놀이지만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우주의 대양을 항해하고 있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